이재용 이혼소송, 삼성경영권 영향줄까

 삼성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이혼소송에 휘말림으로써 이 소송이 삼성의 경영권과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전무의 부인인 임세령 씨가 분할을 요구한 재산 규모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고, 소송이 얼마나 오래 진행될지 미지수인데다, 앞으로 합의 등에 의해 소송이 취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경영권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전무는 아직 부친인 이건희 전 삼성 회장으로부터 삼성의 지분을 물려받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이 전무의 삼성 지분 구조는 유동적이다.

   이 전무 재산도 상장·비상장 주식 외 예금, 부동산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어 재산분할과 이 전무 삼성 지배권의 상관관계를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분할을 요구한 재산 규모가 항간에서 추측하는 대로 수천억원대에 이르고, 소송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임씨가 자녀 양육권을 인정받게 된다면 삼성의 경영권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을 전망이다.

   ◇ 이 전무 재산은 = 이 전무의 재산은 예금, 부동산 등을 제외하고 상장, 비상장 주식만 약 1조18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주식 0.57%, 84만여주는 현재 시가로 4천300억원 정도이며 비상장 주식으로는 삼성에버랜드 25.10%, 삼성SDS 9.14%, 삼성투자신탁운용 7.72%, 삼성네트웍스 7.64%, 서울통신기술 46.06%, 가치네트 36.69% 등을 갖고 있다.

   임씨가 분할을 요구한 재산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 규모가 수천억원대로 알려진 것은 이혼 시 부부가 공동 재산을 반씩 나눌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러나 이혼할 때 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재산은 부부가 결혼 후에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국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전에 취득했거나 상속받은 재산, 공동으로 형성했다고 볼 수 없는 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 전무의 보유 주식 중 삼성전자 주식 등 대부분은 결혼 전에 얻은 것이고 결혼 후에 취득한 것은 삼성 SDS, 네트웍스, 가치네트 등으로 평가액은 1천2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계 관계자들은 이 전무 보유주식이나 재산의 절반 가까이가 임씨에게로 분할돼도 이 전무의 삼성 지배권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대체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 주식은 이 전무가 결혼 전인 96년에 취득한 것이어서 분할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는 삼성 계열사들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고리가 되는 기업으로 이 전무는 에버랜드 주식을 통해 삼성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다.

   ◇ 이 전무 이미지 타격..경영권 승계 꼬일 수도 = 그러나 이 전무가 소유한 재산이 분할 대상이냐, 아니냐에 대한 법리 다툼에 따라 이 전무가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금의 규모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혼소송 과정에서 이 전무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경우 삼성 경영권의 향배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재산분할 요구에 따라 이 전무 재산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면 차명주식이나 예금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재산이나 비자금 등이 드러날 수도 있고 재산형성과정이나 사생활과 관련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삼성의 후계자로서 이목을 집중시켜 왔으나 지금까지 경영수업을 받고 있을 뿐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삼성 측에서도 경영 능력이 입증될 때만 이 전무가 경영권을 승계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 전 회장 일가는 순환출자를 통해 삼성을 지배하고 있으나 계열사들에 대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절대지분은 1%도 안 돼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이 전무에 대해 "예의 바르고 착실한 후계자"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해왔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배정에 의한 삼성 지배권 확보로 오랫동안 논란에 휩싸였던 이 전무가 재산형성이나 사생활과 관련해 도덕성에 타격을 입으면 경영권 승계 문제는 또다시 꼬이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 주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다 임씨가 자녀 양육권을 인정받게 되면, 이는 삼성가 후계구도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소송의 향방은 재산분할, 양육권, 이 전무에 대한 타격 등 임씨의 소송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재산분할이 목적이 아니고, 부부간 감정싸움이 극에 달한 결과 이 전무에게 큰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라면 소송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이 전무가 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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