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협력업체들이 쌍용차 법정관리 신청으로 어려움에 빠진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이들 업체들에 대한 대출까지 중단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들은 쌍용차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협력업체의 신용도를 일제히 낮추고 기대출금을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처리했다.
28일 시중은행과 쌍용차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은행들은 △기존 대출금에 대한 만기 연장 중지 △신규대출 중지 △1~2%정도의 추가금리 등을 쌍용차 협력업체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대출금을 회수하고 대출 요건을 강화해 쌍용차 협력업체에 대한 대출을 중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쌍용차 협력업체들은 933억 원에 이르는 쌍용차 어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 대출마저 끊겼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255개 쌍용차 협력업체 모임 '협동회'의 최병훈 사무총장(네오텍 대표)은 "은행들이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협력업체까지 싸잡아 신용도를 낮췄다"면서 "은행들이 대출 연장을 꺼리고 있어 회사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쌍용차 협력업체들은 시중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아 기업을 운영하는데 이들 은행이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무슨 수로 자금을 융통하겠느냐"며 "이는 협력업체들을 벼랑으로 몰고가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량 전장품 전문업체인 모토텍의 김석경 대표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1년 정도의 단기차입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데 은행들이 대출을 끊어 자금 흐름이 멈췄다"며 "쌍용차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정상조업이 가능해져 회사가 망할 일은 없을텐데 지금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은행권의 대출 중단으로 1차 협력업체들이 무너질 경우 2~3차 협력업체까지 피해가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
255개 쌍용차 협력업체에 종사자 수는 약 10만 명으로 2~3차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자금 유통이 막힐 경우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줄도산으로 이어져 종업원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쌍용차가 흔들리니 협력업체들의 신용도를 하향 조정하고 대출을 줄이거나 끊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쌍용차 거래 비중이 높은 업체라면 당연히 신용도를 낮춰 대출 연장이나 신규 대출을 막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기업에 대는 자금은 결국 고객의 돈"이라며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함부로 대출을 해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위병철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파트장은 "쌍용차 협력업체에 대한 대출이 감소하거나 대출 연장을 중단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경영 여건 악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쌍용차와의 거래 비중이 높은 업체라면 신용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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