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가능 기업엔 지원 본격화

2009-01-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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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각종 유동성 공급조치가 1월에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금융시장이 온기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이달 중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며 은행권 자본확충펀드도 조성돼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도 경기침체 속도를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그동안 꽉 막혔던 실물 부분까지 자금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데다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신용경색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은 금융권으로부터의 지원이 차단되면서 퇴출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부터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공기업들이 작년 말 당국의 달러화 매수 자제 당부로 미뤄뒀던 결제용 달러화 매수에 속속 나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 금융시장 자금 투입 본격화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이달 중 자금을 본격적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채안펀드의 통합운용사인 산은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1차 5조 원 규모로 활동을 시작한 채안펀드는 작년 말까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과 여신전문금융회사 발행 채권 등 약 5천억 원 어치를 사들였다.

   산은자산운용 관계자는 "연말에는 채권 발행 물량이 적어 매입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연초에는 회사채나 은행채 등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발행 물량이 많이 나올 경우 매입 속도도 빨라져 1분기 내 자금을 대부분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들의 자본을 늘려주기 위한 20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도 1월 중 출범한다.

   한은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대출 조건 등을 확정해 이 펀드에 10조원을 대출해주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은행이 발행한 우선주나 상환우선주,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본을 늘려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끌어올리려고 중소기업 대출을 자제했던 은행들은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는 자본확충을 핑계로 중기 대출을 꺼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본자기자본(Tier 1) 비율 9% 수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경기악화와 기업 구조조정 등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을 할 필요가 있어 기본자기자본비율이 9%를 넘는 은행들도 지원 대상"이라고 말했다.

  
◇ 한은, 추가 금리 인하 전망
한은은 이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

   이성태 총재는 신년사에서 "경기 회복과 금융시장 상황개선에 초점을 두고 기준금리를 운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언급,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 인하 폭은 0.5% 가량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가 2.50%로 내려가는 것인 만큼 금리인하 카드는 거의 소진되는 셈이다.

   한은의 마지막 카드인 기업어음(CP) 매입 여부도 1월 중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본격 가동되는 데다 자본시장확충펀드가 조성되는 만큼 한은은 마지막 카드를 내놓을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11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00%에서 3.00%로 파격적으로 내린 만큼 그 효과가 1월에 어느 정도 나타나는지도 점검해 CP매입 여부를 판단하는데 참고할 예정이다.

  
◇ 기업 자금조달 숨통 트이나
전방위 유동성 공급조치가 나오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많이 내려갔으며 유동성이 풍부해 우량등급(AAA)의 회사채 뿐아니라 A등급까지 매수세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도 "은행채 등 크레디트물 금리와 국고채 간 금리격차(스프레드)가 조금씩 축소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 "정부의 각종 시장 안정조치들이 현실화되는 시점이고 금융기관도 BIS비율을 맞춰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되기 때문에 자금시장의 여유가 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해에는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목숨을 걸고 있기 때문에 대출을 마음대로 해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업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 `옥'으로 분류되는 기업에는 서로 대출해주겠지만 `석'인 기업들은 대출받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산업정책상 필요에 따라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부실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지만, 은행들은 실효성 없는 조치라는 반응이다.

  
◇ 환율 연초 불안 재개
원·달러 환율은 연초부터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기업 회계처리 기준이 되는 12월31일 자 시장평균환율(MAR)의 하락을 유도한 당국이 새해 들어 달러화 매도 개입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공기업 등 당국의 달러화 매수 자제 당부로 미뤄뒀던 결제용 달러화 매수에 속속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59.50원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화 매수세가 폭주하면서 1,330원대로 폭등한 채 장을 마쳤다.

   미국 자동차 업계 등 기업 부실에 따른 국내외 주가 약세 등도 연초 환율 불안을 초래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은행권 자본 확충 등 정부가 마련 중인 각종 대책이 약발을 받으면서 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경우 환율 급등세도 제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지난달 당국의 개입에 눌렸던 환율이 연초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연초 경기부양책에 대한 경기 회복 기대 등이 환율 폭등을 제한한다면 1,300~1,45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공기업들과 대기업의 결제수요가 몰리면서 이달 초 환율이 급반등할 수 있어 첫 주에 고점 공방이 치열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에 연동되면서 1,280~1,4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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