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기업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친다. 350여 개의 건설사와 조선사가 생존 여부가 판가름나는 첫 평가 대상에 오른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은행들에 자금을 수혈할 계획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속도를 내면서 건설.조선 이외에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 다른 업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주도의 작업반(TF)이 만든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갖고 건설사 300여 개, 조선사 50여 개 중에서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애초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이 500억 원 이상인 150여 개 건설사, 수출 선박을 건조하는 26개 중소 조선사에 대해 신용위험평가를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TF에서 주채권은행의 신용공여액 50억 원 이상인 곳으로 확대하면서 대상이 2배로 늘어났다.
은행들은 조선사는 이달 말까지, 건설사는 2~3월까지 4개 등급으로 나눌 예정이다. 이중 부실징후 기업(C등급)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고 부실기업(D등급)은 퇴출 절차를 밟는 등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은행들은 기업들의 재무 상태와 경영 구조, 영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건설사는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지가, 조선사는 수주잔고 대비 선수금 환급보증서(RG)의 발급률이 얼마나 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RG는 선주로부터 계약금액 일부를 선수금으로 받은 조선사가 선박을 만들지 못해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에서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서류다. RG 발급률이 낮으면 영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건설사는 최소 30~40개가, 조선사는 40여 개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조선사의 경우 50여 개 평가 대상 가운데 상위 10개 정도를 빼고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조선.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다른 업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부 조업 중단을 하고 있는 자동차업체를 비롯해 반도체.전자 등 IT 업종이 예상되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대주주의 자금 지원과 자체 구조조정 방안 등을 둘러싼 문제로 경영 정상화가 진통을 겪고 있다. 대우일렉트닉스는 매각이 지연되면서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값 폭락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은행들의 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환으로 20조 원 규모의 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이달 중순에 만들어 자본을 늘려줄 예정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해 은행채는 물론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회사채를 사들일 예정이다. 국책은행을 포함한 금융공기업들은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 한국은행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와 기업어음(CP)의 매입 여부도 결정할 것으로 보이다.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경색이 완화되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겠지만 부실화됐거나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구조조정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