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장기화하는 경기침체에 따른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생계형 범죄자의 벌금을 절반 이하로 대폭 낮춰 구형하고 일제 단속도 경기가 활성화될 때까지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
나이 어린 네티즌을 상대로 한 저작권법 관련 `묻지마 고소'에 대한 대책도 마련된다.
법무부(장관 김경한)와 행정안전부(장관 원세훈)는 16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민생ㆍ치안 대책'을 수립,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같은 서민의 생계형 범죄에 한해 통상적인 벌금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구형하고 기소유예 처분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벌금을 완납할 수 없을 정도로 생계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벌금을 나눠내거나 납부를 연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도 지양할 방침이다.
법무부 차동민 검찰국장은 "서민은 검찰 집행 사무규칙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 중 의료급여 대상자, 장애인, 본인 외 가족 부양자가 없는 자, 불의의 재난을 당한 자, 1개월 이상 장기치료가 필요한 자 등이 될 것"이라며 "이를 원용해 폭넓게 감액 구형 대상자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생계형 범죄'의 범주와 관련해선 "어느 법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상인이 도로 일부를 점유해 노점을 차린다든지 식품 판매시 영업자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대검찰청은 이번 대책의 후속조치를 마련코자 19일 오전 `서민생활 안정대책 전국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민생 부담 경감을 위한 검찰권 행사 방안을 논의한다.
검찰과 경찰은 또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행정법규나 건축법 등 가벼운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한 일제 단속을 잠정적으로 미루는 동시에 서민 대상 수사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우편, 팩스, 전화 진술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수사기관에 소환하는 시간도 주간을 피해 되도록 생업이 끝나는 밤이나 주말을 최대한 이용하고 출국금지 조치도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연말연시에 대로를 막는 음주운전자 단속보다는 교통소통에 지장이 없는 장소와 음주운전 다발지역에서 선별적인 단속이 실시된다.
성탄절을 맞아 대규모 가석방도 이뤄진다.
정부는 오는 24일 생계형 범죄자나 60세 이상 고령자 등을 중심으로 월평균 가석방자 수의 배 이상인 1천300여명을 가석방한다.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협회 등 관련 부처 및 단체와 협의해 내년 1월 안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저작권법 위반 고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일부 법무법인과 저작권자가 합의금 분배 약정을 맺고 인터넷 주이용층인 미성년자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남발돼 합의금을 대납해야 하는 부모의 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제난을 틈타 기승을 부리는 악덕 대부업자의 횡포와 관련해 정부는 불법 사금융 사범을 엄단하고 계, 불법 다단계·방문판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서민 대상 사기 범죄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공무원 촌지, 상가 주변 폭력배의 갈취 등도 집중 단속키로 했다.
법무부는 "이번 조치로 서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해 하루빨리 경제 위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