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불거진 여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예산안 처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에 경제위기를 격고 있는 상황에서 대처가 늦어짐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한, 심사강행 vs 민, 회의장 점거=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참석여부와 상관없이 예산안을 비롯한 법안심사의 강행하는 ‘반쪽심사’를 시도함에 따라 모든 상임위 활동의 보이콧을 통보한 민주당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의 회의장을 점거해 강력저지에 나섰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머슴된 입장으로 경제위기를 해결해야지 국민 뒤에 숨어 있는 민주당의 나쁜 머슴 태도는 옳지 않다”고 ‘머슴론’을 주장하며 민주당 참석여부와 관계없이 법안 심사에 착수 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한나라당은 논의를 열어 놓고 있는데 기존 주장을 계속하면 국정운영 발목잡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참여를 독촉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현재 정부여당은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없는 고장난 상태”라며 “우리는 예산안을 무조건 지연하려는 것이 아닌 국민을 대신해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를 하자는 것인데 여당이 예산안 처리를 밀어 붙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예산안 처리 저지를 위해 각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원내 대표단을 중심으로 조를 짜는 등 적극적인 저지방침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서민포기 삼세철회’, ‘부자감세’, ‘졸속 부실예산 철회’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탁자에 올려놓은 채 계수조정소위장을 점거한 후 한나라당의 단독 예산안 심의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또한 원혜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도 기획재정위 위원장실에서 한나라당의 감세법안 합의처리를 주장하며 단독처리를 저지했다.
조정식 원내 대변인은 “현재 우리가 공개적으로 예산안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최소한의 성의가 오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성의 있는 내용이 와야 다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강경한 당의 입장을 강조했다.
◆기획재정 “예산집행 준비기간 30일, 편성은 언제...”=이처럼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갈등으로 인해 처리가 지연되면서 경제난국 극복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날 “예산 확정이 늦어지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 계획이 늦어지고 그렇게 되면 경제 난국 극복을 위한 재정지원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 실장은 “예산 중 60%가 지자체 통해 집행돼 지자체는 국고 보조금이 미확정돼 최종예산 편성이 지연된다”며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SOC 예산도 집행이 늦어지면 물품구입등 차질을 빚어 민간 기업도 늦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헌법 54조는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거의 해마다 법정 시한을 어기며 헌법을 어기고 있고 올해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 됐다. 이렇듯 예산 처리 시안을 넘김에 따라 통상 30일 정도 소요되는 예산집행 준비가 부실하게 되고 정상적인 연말, 연초 업무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 짐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내년 예산안 가운데 저소득층, 서민생활 안정, 일자리 창출 및 실업대책,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 등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재정 2조 3000억여 원과 광역 경제권 선도프로젝트 사업 등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출 약 4조 6000억여 원 등 경제난국 극복 관련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 실장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예산안이 해결돼 서민대책과 지방정부 예산 편성이 진행될 수 있다”며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예산안이 타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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