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가 올해 연말과 내년초에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우리 경제가 향후 3∼4개월 안으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별 고용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으며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마이너스 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실물경기 하강, 고용불안과 맞물리면서 `2차 충격'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 기업들의 생사를 판정했던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부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경기침체의 여파가 건설사와 조선사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체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특히 중소기업이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채권금융기관과 민간 주도로 기업 지원과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기구의 설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처럼 별도 기구를 만들거나 현재 운영되는 채권단협의회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기구를 확대해 이 곳에서 채권금융기관들의 의견차이를 조정하면서 부실 또는 회생 가능한 기업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구는 살아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곳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자금 지원이나 구조조정을 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측면 지원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건설업체들이 어떻게든 위기를 넘기더라도 내년 초에는 쓰러지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그 때가 기업 위기의 최절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축은행, 종금사 등 2금융권에서는 건설업체가 대주단에 가입하기 전에 채권을 회수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2금융권의 유동성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건설사들이 대주단에 가입하게 되면 1년간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는 만큼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금융권 관계자는 전했다.
경기가 빠르게 내려가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내년초 취업자는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적지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성장률이 2%대에 머물면 성장과 고용의 연결고리가 거의 끊어진다"면서 "게다가 건설사.저축은행 등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고용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은 소득감소로 이어져 부동산 가격을 더욱 떨어트릴 것으로 예측됐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부동산 매도 압박은 고용쇼크가 동반될 때 커진다"면서 "올해 3분기에 고금리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1차 충격이 왔다면 내년 1분기에는 경기 침체와 실업 문제로 인해 2차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