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계, 오바마 親 노조입법 지원 압박

2008-11-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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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미 노동계에 전례없이 힘이 실리게된 상황에서 노조와 기업이 지난 5년여 입법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온 노조 결성 '유연화' 법안 통과 여부가 정권 교체기의 핵심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9일 오바마 경제 개혁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근로자 자유선택 법안(Employee Free Choice Act: 일명 카드서명 법안)' 재상정 및 통과 여부가 벌써부터 주목된다면서 노동계도 오바마를 압박해 조기 입법화를 실현한다는 결의에 차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노조 결성을 위해 근로자의 비밀 투표를 실시하는 대신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노조 결성을 지지한다'는 점을 카드에 서명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노조를 인정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이렇게 출범한 노조와 사측이 120일 안에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그러나 재계는 이 법안을 '아마겟돈'이라 부를 정도로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법안은 지난 2003년 민주당에 의해 첫 제출된 후 지난해 3월에야 하원에서 어렵사리 통과됐으나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견제로 아예 표결 대상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강한 제동을 받아왔다.

   조합원 1천50만명 가량으로 미국 최대 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리더츠 트룸카 재무관은 블룸버그에 "오바마 당선자가 정식 취임한 후 첫 100일간 처리할 입법 과제에 이 법안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룸카는 "미국 노동자를 위한 이 법안 처리 순위가 무엇보다 앞에 놓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소재 노동운동 비정부기구(NGO)인 '체인지 투 윈'(승리를 위한 변화)의 애나 버거 회장도 "이번 선거는 미국 노동자의 승리"라면서 "이번처럼 진보적인 경제 어젠더에 힘이 실린 적이 없다"고 말해 법안 통과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재계를 대변하는 미 상의의 랜디 존슨은 로이터에 "이 법안은 기업에 아마겟돈"이라고 표현하면서 입법되면 "임금이 인위적으로 상승하고 경영의 유연성을 박탈하는 쪽으로 근로 규정이 강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의의 토머스 도너휴 회장도 지난 7일 미 경기가 심각한 상황임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오바마가 이 법안을 밀어부쳐 기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민주당이 상하원 장악력을 확대한 상황에서 입법화 여부의 열쇠를 상원이 쥐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선거 결과가 공식 종료되지 않은 알래스카 등 3개 의석의 향배가 더욱 주목된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 성향의 무소속 2석을 포함해 100석 정원의 상원에서 57석을 확보했으나 '필리버스터'(표결 의사 진행 방해)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는 60석에는 못미친 상태다. 따라서 근로자 자유선택 법안 등 친노조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공화당의 동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기업의 노조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노조가 막강하던 지난 1950년대 중반의 경우 노조원 비율이 36%에 달했던 것이 최근에는 7.5%(1천300만명 가량)로 크게 줄어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최근의 경기 침체로 감원이 크게 늘어난 점도 노조로 하여금 근로자 자유 선택법안 조기 입법화를 압박토록 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65만7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들어서만도 실직한 미국인이 120만명으로 추산됐다. 지난달 집계도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부문에서 24만명이 실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도 선거 운동 때 근로자 자유 선택법안이 통과되면 "시장주의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것이 중소기업에 타격을 가하는 것은 물론 근로자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을 '자유'도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난한 점을 상기시켰다. 반면 오바마 당선자와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는 앞서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향후 약속 이행의 '심도'도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계는 오바마가 1천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재건 프로그램을 마련해 100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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