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리 기자) 글로벌 금융 허브 홍콩과 중국 경제특구 1호 선전(深圳)이 하나가 돼 아시아 최대 경제권으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홍콩의 경쟁력인 금융기반과 선전의 경쟁력인 제조기반을 합쳐 시너지효과를 얻겠다는 구상이다.
홍콩의 경쟁력인 금융기반과 선전의 경쟁력인 제조기반을 합쳐 시너지효과를 얻겠다는 구상이다.
두 도시간 통합구상에는 선전 바오안(宝安) 공항과 홍콩 첵랍콕 공항을 17분에 연결하는 고속전철 건설과 홍콩· 선전 접경지역인 록마차우(落馬洲) 지역을 최첨단 하이테크 도시로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정부와 선전지방정부는 교통· 세관· 교육· 행정 등의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다.
홍콩정부와 선전지방정부는 교통· 세관· 교육· 행정 등의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이 통합도시는 서울 면적의 6배가 넘는 자유경제구역으로 변모하게된다. 2020년에 이르면 뉴욕과 도쿄에 이어 GDP 1조11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세계 3위 초대형 국제도시로 발돋움 할 전망이다.
사실 홍콩과 선전 통합 구상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던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문제다. 하지만 홍콩은 중국측 제의에도 불구하고 선전과의 전면적인 통합을 꺼려했다. 선전의 낮은 집값과 임금이 홍콩의 경제발전을 낙후 시키고 선전의 불법 노동자 유입을 우려해서였다.
2000년만 하더라도 선전의 GDP는 1665억 위안으로 홍콩 GDP 1조 2930억 홍콩 달러의 13%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선전은 중국의 첫번째 경제특구로서 제조업 및 금융서비스업이 크게 발전했고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정도의 하이테크 허브로 변모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선전의 GDP는 2006년 기준 약 5684억 위안으로 홍콩 GDP의 약 1/3에 달하고 집값과 1인당 국민 소득이 홍콩과 비슷해졌다. 이에 홍콩이 관심을 보이며 통합문제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홍콩의 산업구조는 서비스업이 전체 산업의 90%를 차지해 제조업 공동화라는 다소 기형적인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또 상해, 광주 등 대도시의 급부상으로 위기감을 느낀 홍콩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통합구성 방안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홍콩과 선전 통합 방안은 지난해 10월 홍콩정부 행정장관 도널드 창의 시정연설 중 언급되면서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도널드 창 행정장관은 “홍콩과 선전간 협력을 긴밀히 하는 것이 홍콩 정책의 주요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홍콩이 중국과 협력해 성장지향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또 “홍콩이 오늘과 같은 현대적인 메트로 폴리스로 성장한 것은 70-90년대에 거쳐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해 일자리 창출과 임금상승이 가능했던데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콩은 향후 5년간 2천억 홍콩달러(약 24조원)를 투입해 홍콩-주해-마카오 대교 건설 및 광주-선전-홍콩간 고속철도 건설 등 10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홍콩의 교통시설 수준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경제통합을 가속화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정부의 정책연구기관인 바우히니아 재단의 페리로우 외사부 경리는 “홍콩과 선전은 언어적, 문화적 이질감이 없어 통합에는 큰 장애가 없을 것”이라며 “두 도시간 결합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홍콩의 금융, 선전의 물류가 합쳐져 큰 시너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신보, 홍콩경제일보 등의 홍콩 언론들은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인력의 질적 수준 제고 등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했고 일반 시민들도 모두 환영하는 추세다.
중국정부 역시 광동성 도시들을 대상으로 동시 개발계획을 진행 중이며 홍콩과 선전 통합이 성사될 경우 장기적으로 홍콩·선전 통합도시를 중심으로 광동성 전체의 발달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도시통합 진행상황은 사실상 80% 가까이 완성된 상태다. 홍콩· 선전간 5개 도로와 하나의 지하철, 뱃길 등 7개 경로를 통해 1시간 생활권이 형성됐고 앞으로 고속철도 등이 건설되면 사실상 두 도시는 지역적으로 한 몸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임금저하, 불법 노동자 유입, 접경지에서의 범죄 증가 같은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주변도시를 소외시킨 홍콩·선전 두 도시만의 긴밀한 연계구축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의 토마스 찬 교수는 “홍콩이 중국경제의 성장동력인 주강삼각주 전체 지역과의 통합으로부터 발을 뺀다면 광주와 광동을 화나게 만들 것”이라며 “주강삼각주 지역이 세계적인 중심지로 발전하도록 돕는다는 홍콩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침체되어 있는 홍콩경제에 선전과의 통합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