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환율과의 전쟁에 나선 가운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아시아 지역이 수출 주도의 경제라는 것을 반영하듯 과거에는 환율 상승을 위해 노력했다면 최근에는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에 매진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이 하루 10억달러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면서 이는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개입이었다고 25일 보도했다.
지난달 한국의 인플레가 7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비상이 걸렸고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진행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환율이 물가 안정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해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급등을 막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은 세계 5대 원유 수입국으로 유가 상승에 따른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라고 FT는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성장 우선 정책에서 인플레 억제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달러/원 환율이 0.5%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원화 가치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원화의 낙폭은 11%를 기록한 태국 바트화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인플레 압박으로 국민들의 고충은 물론 정치적인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물가 급등으로 시민들이 항의 시위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전일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0.5%포인트씩 인상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UBS의 던칸 울드브릿지 애널리스트는 "아시아의 인플레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이같은 환경에서 환율 상승을 막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년 전에는 모두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상승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의 5월 소비물가는 9.6%를 기록해 9년래 최고치를 치솟았고 태국이 7.5%, 인도는 8.75%를 기록해 7년래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국을 선두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축적해 자국통화 가치 하락의 방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달러(약 200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한국이 3000억달러, 인도 역시 2600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보다 금리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흐름도 형성되고 있다. 위해 달러 매도 보다는 기준금리 인상에 더 적극적인 국가도 있다.
인도를 선두로 인도네시아 역시 2개월 연속 금리를 이상했다. HSBC는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이 지난달에만 루피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26억달러 규모의 시장 개입을 단행했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인도중앙은행 역시 머지 않아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환율 조작에 대한 경계론도 나타나고 있다. 패트릭 베넷 소시에테 제네랄의 아시아 외환 투자전략가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최근 몇주에 걸쳐 시장 개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그러나 환율을 특정수준으로 묶어두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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