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의 악재의 영향이 확산되는 것을 긴축 정책으로 최대한 차단하고 있으며, 올해 경영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환율과 유가 등의 변화에 따라 하반기 경영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규모인 27조8000억원을 투자, 대졸 신입 7500명을 포함해 모두 2만500명을 뽑기로 한 올해 주요 사업 계획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 등 국제적인 경제 변수가 수출 시장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이 변수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원자재값 급등 추세가 지속하고 원화 가치마저 오름세로 돌아설 경우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하반기 사업계획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일단 현대·기아차그룹은 수출이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원화 약세를 최대한 활용해 원자재 각격 상승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냉연강판 가격이 t당 10만원 오르면 연간 4000억원 가량의 추가비용이 발생하지만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으로 원가 상승을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세계는 이달 말께 일부 경영계획을 수정한다는 계획 아래 각 사업 부문 현황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
앞서 신세계는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매출 11조원, 영업이익 8700억원을 목표로 잡았었다.
신세계측은 “하반기 경기 역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매출 드라이브 보다는 효율 중심으로 일부 경영계획을 조정할 수 있고 당초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원자재 수입기업인 CJ제일제당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적지않은 경영 애로를 겪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일단 원가 절감과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환율상승 영향을 최대한 차단하면서 연초 잡았던 매출 3조1000억원, 영업이익 2800억원 규모의 경영목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올해 경영계획 수립시 예상 환율을 950원대로 잡았기 때문에 최근의 고환율로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해운, 항공업계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운임 인상으로 비용을 상쇄하면서 상반기에 세웠던 경영 계획의 큰 틀은 유지한채 비용 절감에 힘을 쏟고 있다.
반면, 고환율 덕분에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전자업체들은 하반기에 오히려 경영 목표를 크게 올려 잡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연초 달러당 885원으로 낮춰 잡았던 사업기준 환율을 고환율 추세에 맞춰 올리기로 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도 덩달아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올 들어 지속한 고환율 덕분에 1분기에만 영업이익이 600억원 이상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인 6053억원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경영기준 환율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환율 변동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경영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올해 원·달러 기준환율을 900원대 초반으로 봤던 삼성전자 역시 1분기에 거둔 영업이익인 2조1500억원의 7% 가량인 3000여억원을 환율 효과에 따른 것으로 평가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