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MB노믹스라는 이름으로 경제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집권 초기는 시련의 연속이다.
고유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국내 경기 침체에 조류인플루엔자(AI)와 미국산 쇠고기 파동까지 겹치면서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조차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747(연간 7% 성장, 4만 달러 소득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 달성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 골병드는 국내 경제 = 경제 분야에 있어 이명박 정부는 이미 코너에 몰려있다. 배럴당 13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와 미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세계 경제의 둔화로 외부 환경이 악화일로에 있는 데다 국내 경제 운용에서도 패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747 공약보다 크게 후퇴한 6% 성장, 일자리 35만개 달성 목표도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대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신규 일자리도 매월 20만개를 채우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은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정하더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불발된 것이나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이 전 국민적인 반발을 사고 있는 점 등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여당에서조차 반대하고 있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여론의 역풍에 밀려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서민경제는 붕괴 직전 =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실패하면서 서민 경제는 파탄으로 내몰리고 있다. 3% 안팎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새 정부 들어 계속 올라 지난 4월에는 4.1%까지 뛰었다. 식료품 등 생필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 4월 무려 5.1%의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고유가는 서민 가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휘발유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생계형 운전자들은 기름값 때문에 장사를 포기하고 있고 어민들도 고기잡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광우병 사태로 폐업하는 식당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오토바이 연료값이 없어 배달을 포기하는 음식점도 나오고 있다.
신규 일자리 창출도 부진해 청년 실업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는 오로지 '비즈니스 프렌들리' = 서민 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기업규제 완화에만 올인하고 있다. 기업인들의 공항귀빈실 이용 허용, 기업인과 청와대 간 핫라인 개설 등 서민 경제와는 상관 없는 친(親) 기업적 규제 완화책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이 과반수를 넘게 차지한 18대 국회가 지난 29일 개원하면서 기업규제 완화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경제인들은 국회 교체기를 맞아 심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기업규제 완화 법안들이 새 국회에서는 무더기로 통과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다만 기업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재벌 봐주기에 나선다면 이명박 정부는 집권 내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혜승 기자 hssong0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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