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 침체 여파가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각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M&A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신용경색 사태로 기업 경영자들이 불확실성에 처해 있지만 현재와 같은 시기가 M&A를 위해서는 더욱 좋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경기 하강 국면에 기업을 M&A에 나설 경우, 주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수 있으며 실제로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진행한 M&A를 통해 장기적으로 5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컨설팅 기관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경기 하강 국면에서 기업을 인수한 기업은 주주들에게 평균 14.5% 이상의 가치를 안길 수 있었다.
BCG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회사를 저가에 매입해서 고가에 파는 것과 같은 단순한 방법이 아닌 기업 가치로 M&A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본 기업 가치는 지난 2000년 글로벌 M&A 시장이 최고조에 올랐을 당시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이는 훌륭한 M&A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M&A 이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BCG는 평가했다.
2000년 이후 S&P500기업들의 평균 PER는 15.7을 기록해 60% 이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우량기업들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사실은 M&A를 위해 매력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도이치방크의 헨리크 아스라크센 M&A 책임자는 "경기 하강시에 기업을 인수하면 구조조정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이는 마진 개선과 비용 감축을 통해 더욱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 저가에 매입해서 고가에 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사모펀드와 달리 기업이 M&A 주체자로 나설 경우, M&A를 위해 현금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 될 수 있다고 BCG는 설명했다.
경제가 활황을 나타낼 때에 비해 경기하강시 기업들은 현금 보유량을 늘리게 되고 이는 다시 M&A를 위한 총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BCG는 현재 기업들이 확보한 현금이 1조3000억달러(약1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00년 당시와 비교해 56% 이상 늘어난 것이다.
최근 세계 최대 PC업체 휴렛팩커드(HP)가 저장장치업체 EDS를 13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한 것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웨스트팩이 경쟁 은행인 세인트조지의 인수에 나선 것도 M&A를 위한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데이빗 리빙스톤 M&A 책임자는 "경제가 둔화될 때 더욱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서 "문제는 매수자와 인수 대상자 사이에 적절한 기회를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전체에 대한 M&A가 아니더라도 일부 사업부에 대한 매각이 늘고 있는 것도 경기 둔화기에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영국의 거대 은행인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는 최근 다이렉트라인을 포함한 보헙사업부를 138억달러에 M&A시장에 내놨다.
BCG는 신용위기 사태 이후 기업들의 사업부 매각을 통한 수익률이 1.5%에서 1.7%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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