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尹정부, 'MB물가지수' 전철 밟나

2024-08-26 14:21
정부, 물가 안정 위해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
농식품부 장차관, 식품기업에 가격 조정 직접 언급
일각서는 정부의 가격 개입 도 넘었다는 지적도
'찍어누르기식' 가격 통제...MB물가지수 오버랩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격을 내리라 하니 인상 계획이 있던 업체들은 눈치만 봅니다."

30년 이상 식품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이 올라 가격표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물가 안정을 근거로 정부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식품업계 팔목 꺾기는 날이 갈수록 비트는 각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월 당시 한훈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19개 식품기업 대표들 앞에서 식품 가격 조정을 직접 언급하는가 하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식품기업 대표들에게 제품 판매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식품업계는 4·10 총선만 끝나면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총선 이후로도 고강도 관리는 계속 됐다. 그렇다 보니 정부의 가격 개입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기 잡기식으로 가격을 억누르다가는 언젠가 반드시 튀어 오른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 관리에 나서는 동안 식품기업이 가격 인상은 미루겠지만, 관리가 느슨해지면 줄줄이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의 예견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 이명박(MB) 정부는 지난 2008년 당시 물가상승률이 4.7%에 이르자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활필수품 52개(밀가루·라면 등)를 골라 'MB물가지수'를 구성했다. 물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담합 조사도 불사했다.

하지만 결론은 실패였다. 정책 시행 뒤 3년간 MB물가지수는 20.42%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을 훨씬 앞지른 수준이다. 이 전 대통령도 2012년 1월 라디오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만큼 정부 물가대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이 거세다. 찍어누르기식 물가 안정의 한계가 드러난 MB물가지수 전철을 밟고 있는 건 아닐지 돌아볼 때다.
 
[홍승완 산업부 유통중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