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청약제도 신뢰 낮추는 '누더기 손질'은 그만
2024-09-03 06:00
"대한민국에서 청약제도를 100% 이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 담당자도 다 알지 못한다고 장담해요."
얼마 전 만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청약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묻자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 등에 몸담았던 그조차도 현재 청약제도는 지나치게 복잡해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날이 갈수록 감소세다. 약 2년 전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2703만명대였는데 현재 2548만명으로 2년 새 150만명 이상 줄었다. 한창 내 집 마련을 꿈꿀 나이인 20대 후반~30대 초반인 지인들 가운데서도 청약통장을 해지한 사람이 많아졌다. 언젠가 청약에 당첨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내 집 마련을 위한 다른 경로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수시로 청약제도를 개편하는 바람에 지금은 '누더기' 수준이 돼버린 점도 청약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요소다. 국토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 이후 청약제도는 35차례 변경됐다. 현 정부뿐 아니라 전 정권, 그 이전 정권에서도 청약제도는 수십 번 개정되곤 했다.
최근 논란이 된 무순위 청약도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대상이 제한됐다가 2022년 하반기 이후 이 조건이 다시 삭제됐다. 그러다 최근 '줍줍' 청약에 대한 관심이 과열되자 다시 지역, 주택 수 요건 등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같이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청약제도로 인해 국민들이 혼란을 겪자 최근 한국부동산원은 '주택청약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 동탄 롯데캐슬 등 무순위 줍줍에 과도한 쏠림이 발생한 것도 단순히 시세 차익을 기대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십 가지 조건이 붙는 복잡한 청약통장 없이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청약제도에 어려움을 느끼던 이들도 도전해본 것이 아니었을까.
조만간 정부가 내놓을 청약제도는 국민 대다수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명료하게 개편해야 한다. 또 본인 외에 여섯 명을 부양해야 만점을 받는 등 무주택 청년에게 불리한 가점제를 폐지하고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는 구조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청약제도에 대한 신뢰, 즉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고 명확한 제도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