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티메프 피해자의 '추모 장례식' 멈추려면
2024-09-09 18:03
지난 8일 상복을 입고 검은 우산을 든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차례로 '검은 우산 비대위 5차 집회 및 전자상거래 추모 장례식'을 열었다.
지난 7월 말 티메프 피해자를 대변해 검은 마스크와 검은 우산을 쓴 한 남성의 1인 침묵시위를 시작으로 한 달 넘도록 피해자들의 검은우산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8월의 폭염 속에서도 피해자들은 길거리 투쟁에 나서며 피해자 구제와 조속한 당국의 대처 등을 요구했다.
티메프가 회생과 파산 기로에 놓였다. 티메프가 법원의 자율구조조정(ARS) 프로그램을 승인받으면서 약 한 달간 시간을 벌었지만 사실상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기업의 자구 노력에 따라 ARS 프로그램은 최대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으나 티메프는 채권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도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티메프 측은 투자자 확보를 위해 ARS 프로그램을 1개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더 이상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회생이든 파산이든 피해자 보상은 모두 어렵다는 점이다. 법원이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면 회생 계획안에 따른 변제가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전체 채무 중 상당 부분을 탕감받아 피해자들은 미정산금을 전액 받기 어려워진다. 회생 기각으로 티메프가 파산하면 피해 판매자들의 구제는 사실상 불가하다. 앞서 정부는 티메프에서 정산을 받지 못한 피해 판매자가 4만8000여 곳, 피해 금액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피해 소비자와 판매자들은 제도 개선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칼을 빼 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제대로 된 구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티메프 피해자들의 추모 장례식이 가을, 겨울까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큐텐그룹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