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은 시대적 과업, 글로벌 항공사 재도약"

2024-03-21 17:13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각각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과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제11기·제6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대표이사)이 국민연금의 반대를 극복하고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그는 성공적인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통해 대한민국 항공업계 재편이라는 시대적 과업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21일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제11기·제62기 정기주주총회를 각각 개최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어렵고 힘들었던 코로나 시대는 지났지만 한진칼과 한진그룹이 걸어가야 할 길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짙은 안개가 깔려있다"면서 "한진칼과 한진그룹은 '기본'을 돌아보고 '혁신'을 등불로 삼아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을 헤쳐가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올해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한 그룹 재도약 기반 확보의 해로 삼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 환경에 철저히 대비해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고, 한진칼은 지주사로서의 그룹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자회사의 경영 효율성을 높여 한진그룹 재도약 기반을 만들어가겟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최역점 과제로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꼽았다. 그는 "아시아나 항공 인수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면서 "성공적인 통합 항공사 출범을 통해 대한민국 항공업계 재편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주와 고객의 안전한 여행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신고한 상태다. 현재 유럽연합(EU), 일본 등 14개 필수 신고국 중 13개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연방 법무부의 승인만 앞두고 있다. 양사간의 합병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최대 규모의 기업간 결합으로, 국적기 빅2 간의 합병인 만큼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이다. 통합이 현실화되면 빅2 항공사 경쟁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소모됐던 기업 에너지를 국내 항공산업 전체의 발전에 쏟을 수 있다는 긍정론과 함께 해외 경쟁당국 승인 과정에서 이미 핵심 취향지의 주요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 권리)를 외국 항공사에 넘겨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비관론이 동시에 나온다.
 
현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 등이 주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최근 진행된 '제 18차 민생토론회'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며 "독과점으로 요금, 서비스품질 등이 떨어지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주총 안건이었던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은 주주들의 찬성 속에 무난하게 통과했다. 표인수·허윤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도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