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에 통상임금·고운임까지...수출 한국, 역대급 암초에 '비상'
2024-12-24 04:54
[2025년 위기의 K경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출범, 국내 정치불안과 겹쳐
수출기업 충당 부채 급증...기업 생존 위협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출범, 국내 정치불안과 겹쳐
수출기업 충당 부채 급증...기업 생존 위협
23일 재계에 따르면 2025년 새해 한국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내수 침체와 3고 위기의 가중,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물류비 인상, 통상임금 등 사법리스크 확대에 따른 기업 곳간 잠그기, 수출 역성장 등 역대급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등 대표 수출기업 5곳의 올 3분기 말 충당부채 총액은 27조1986억원으로 지난해 말(24조8808억원) 대비 9.3% 증가했다. 충당부채란 기업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비용이나 손실에 대비해 쌓아놓는 충당금이다. 주로 환율, 각종 소송, 수출 제품 보상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기업의 위기 심각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5곳 가운데 증감폭이 큰 기업은 LG전자로, 3분기 충당부채액이 1조456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1조496억원)보다 38.8%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4조5407억원에서 5조2831억원으로 16.4%, SK하이닉스는 6조5248억원에서 7조1580억원으로 9.5%, 기아는 5조4489억원에서 6조1837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3분기 충당부채가 7조1171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3168억원)대비 2.7% 줄어 5곳 가운데 유일하게 줄었다.
충당부채가 급증한 배경 중 하나로 기업 내부에서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이 꼽힌다.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연봉을 비롯해 연장근로, 휴일근로, 퇴직금 등의 산정 기준이 된다. 통상임금의 3가지 요건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가운데 고정성이 폐기되면서 기업들이 부담할 소송 리스크가 커졌다는 게 업계 공통된 지적이다. 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기업이 추가로 부담할 인건비는 연간 6조7889억원 늘어나, 1년치 당기순이익의 14.7%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출품 품질보증, 온실가스 초과 배출권 할당 거래 및 환율에 따른 비용을, 기아는 부품수리, 수출 제품 하자로 인한 사고 보상 비용 등을 충당부채에 산입했다. LG전자, 현대차 등도 임직원 급여와 판매보증을 위한 금액을 각각 포함하고 있다.
외부에선 보호 무역주의라는 큰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전쟁 심화와 이로 인한 물류비 상승 압력은 기업 위기를 더 가중시키는 요소다. 실제 이날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주‧선사로 구성된 응답자의 74.4%는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당시 삼성전자, LG전자는 수에즈 운하 봉쇄 사태와 글로벌 유가 인상에 따른 물류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된 바 있다. 2019년 2조원대를 유지했던 삼성전자의 운반비는 2022년 3조원을 돌파했고, 같은 기간 LG전자 역시 1조7000억원대(2019년)에서 4조원(2022년)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대규모 생신시설이 북미로 많이 이전해 한국 수출 둔화가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고, 환율, 물류비 등 각종 비용 인상으로 기업 수익성 지표도 많이 낮아질 것"이라며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 임금인상, 중국 신흥시장 공략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상실케 하는 악재가 거듭되면서 기업들이 내년 혹독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