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사상 첫 2%p 도달…공 넘겨받은 한은 다음 스텝은?
2023-07-27 16:00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7일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함에 따라 한국(연 3.5%p)과 금리 격차가 사상 처음으로 2%p까지 벌어졌다. 한은 금통위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한 시장 상황과 미국의 금리 인상 후폭풍이 향후 기준금리 로드맵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이 이날 새벽 정책금리를 5.25~5.5%로 조정함에 따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양국 간 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국내 시장은 원·달러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상승 압박에 놓일 여지가 커진다. 또 최근 국내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유동성 관리를 위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를 통화정책 변수로 언급하며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빠르게 증가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상당수가 기준금리를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반면, 하반기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파생되는 금융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칫 신용경색을 야기할 수 있는 점은 추가 금리 인상에 있어 부담 요소다. 가계부채 증가 속 가뜩이나 높은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실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그나마 현재 원·달러환율이 1200원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기준금리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요인이다. 이 총재도 "(과거와 같이) 금리 격차로 외화 유출 등 불안감이 증폭되기에는 국내 외환보유액 규모가 충분하다"면서 "단순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시장 안팎에서는 사상 초유의 2.0%포인트대 금리 격차 상황에서 시장 안정을 낙관할 수만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통화정책 방향에 모호한 태도를 고수 중인 연준이 만에 하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금리 차 확대에 따른 후폭풍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통위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들이 물가나 금리, 가계부채 등을 둘러싸고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