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555 이재노믹스' '尹 50조 임대료 나눔제'...뜬구름 空約 내지르는 오합지졸 대선판

2022-01-12 00:00
이 후보, 新경제 구상 밝히고 '5·5·5 성장 공약' 제시
성공 위해 국가 대규모 투자 및 규제 합리화도 약속
달성 시점 묻는 말엔 "장기 목표일 뿐" 한발 물러서
윤 후보, 손실보상 이어 임대료 나눔에도 50조 지원
잠재성장률 4% 상향 목표도..."제도 개혁 방안 없어"

거대 양당 대선 후보가 뜬구름에 가까운 경제 공약을 앞다퉈 제시하면서 대선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신(新)경제 비전'을 꺼내 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가지수 5000 달성과 국민소득 5만 달러, 세계 5강 경제대국 편입을 골자로 한 '5·5·5 성장 공약'을 내놨지만 "장기 목표일 뿐"이라며 임기 내 달성에 선을 그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 박근혜 전 대통령의 '474 경제비전'처럼 기약 없이 허울만 좋은 말에 그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에 질세라 '잠재성장률 두 배 상향'과 '50조원 임대료 나눔제'로 맞불을 놨다. 잠재성장률 목표치를 2%에서 4%로 올리고 임대료 3분의 1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앞서 약속한 '손실보상 50조원 지원책'이 구체적 로드맵 제시 없이 자취를 감춘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경제 공약도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로 명명한 '신경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5·5 공약' 던진 李 "임기 내 목표 아냐"

이 후보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 선포식'을 열고 '5·5·5 성장 공약'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우선 코스피 지수 5000과 국민소득 5만 달러, 5위권 경제대국 달성을 위해 과학기술·산업·교육·국토 네 개 분야에 대한 대전환을 주장하며 "지금이 대전환의 골든타임" "임기 중 대전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토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후보는 공공개혁과 금융개혁 필요성을 피력하며 과학기술혁신부총리 도입과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체제 개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 계획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이재명 신경제의 성공은 결국 투자에 달려 있다"며 정부의 과감한 대투자와 규제 합리화를 약속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선행 투자와 규제 혁파를 통해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신경제 비전의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국가의 역할 확대를 꼽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디지털대전환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135조원 이상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가칭 '한국형 휴먼 캐피털' 제도를 도입해 디지털 미래 인재 100만명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후보는 이 같은 '5·5·5 성장 공약' 달성 시점을 묻는 말에 "임기 내 도달할 수치나 목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초장기 목표는 아니지만 최단기간 내에 도달하기 위해 제시하는 비전과 목표"라며 "이를 위해 국가의 대대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5·5·5 공약'이라는 커다란 밑그림만 있을 뿐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MSCI에 들어간다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며 한국 경제성장률도 정부의 재정 투입을 빼면 마이너스 성장"이라며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어떻게 높일지 구체적으로 방법론적인 얘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할아버지공장 카페에서 '진심, 변화, 책임'이란 키워드로 국가 운영 방향에 대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尹, 손실보상 이어 임대료 나눔에 또 '50조'

윤 후보 역시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대규모 재정 투자를 약속하며 출산 시 1년간 매월 100만원 지급과 임대료 나눔제 등을 공약했다. 특히 윤 후보는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을 구해내겠다"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국가가 임대료 3분의 1씩 나눠 분담하는 구상을 소개했다. 필요 재원 규모로는 손실보상 예산과 같은 50조원으로 추산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집권 시 취임 100일 이내에 손실보상 예산으로 50조원을 풀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지금 당장 하자"는 여권 측 제안에 "취임 이후 할 일"이라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임대료 나눔제 역시 구체적인 재원 규모를 제시했지만 현실화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우선이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와 함께 윤 후보는 경제정책 기조로 공정과 혁신을 내세우며 잠재성장률 목표치를 현재 2%의 두 배 수준인 4%로 상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후보는 "이 정도면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평가했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제도 개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잠재성장률을 2%에서 4%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면서도 "생산성을 높인다든지, 규제를 푼다든지, 노동시장을 보다 활력 있게 만든다든지 하는 방법론이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