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치는 예금금리] 독일선 마이너스 확산…"은행에 보관료 내야"

2021-03-23 08:00

독일에서는 시중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예대마진의 악화를 막기 위해 각 은행들이 예금주에게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이자를 받고 있는 것이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등 독일의 대형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10만 유로 이상의 신규 고객 예금에 대해 마이너스(-) 0.5%의 연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아예 고객들에게 예금을 다른 은행에 옮기라고 권유하는 사례도 있다. 도이체방크는 고객이 예금을 타 은행으로 옮기도록 하기 위해 온라인 금리 비교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실제로 독일의 가격 비교 포털 사이트 '베리복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소매 고객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고 있는 은행 수는 237개다. 지난해 3월 초에 비해 57개 늘어난 수치다. 이들 은행은 2만5000~10만 유로 규모의 예금에 대해 보관료 성격으로 약 0.4~0.6%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매 고객들은 수수료를 회피하기 위해 예금이동 플랫폼을 통해 역내 각국으로 예금을 분산 예치하거나, 여타 금융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예금이동 플랫폼 '레이즌(Raisin)'의 고객 수는 지난해 32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났다. 레이즌을 경유한 예금 이동 총액 역시 지난해 약 300억 유로로 1년 만에 50% 증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를 마이너스로 책정했다. 하지만 독일 은행들은 그동안 고객 반발을 우려해 이로 인한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기를 꺼려 왔다. 대신 상대적으로 반발 우려가 낮은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부과하거나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독일 은행들의 기류가 바뀐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계기가 됐다.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ECB가 유동성을 늘리면서 저축이 급증하자, 오히려 은행들이 경영 악화 및 수익성 저하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은 "향후 독일 은행들은 최근 오픈뱅킹의 활성화와 맞물려 법인 고객은 물론 소매 고객의 개별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금융자산 취득을 안내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