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1건도 못했다"...부동산 중개업계 '최악의 보릿고개'

2020-11-18 08:00
강남 공인중개업소들, 최근 1달간 평균 매매건수 0.05건

[최근 크게 오른 아파트값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등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 임대차보호법 시행 등으로 주택거래량이 급감하자 공인중개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다주택자 세부담과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고가주택 매물을 늘고있지만 주택경기 관망세가 점쳐지면서 매매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거래절벽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이 극대화되면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이 강해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는데다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월세 중개도 크게 줄면서 거래를 한달에 1건도 성사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한달에 집 한채만 중개해도 남들 연봉 만큼을 번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한달은 커녕 1년에 1건 중개하기도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8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617건으로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7월31일)인 7월(1만646건)대비 66.02% 줄었다. 지난해 같은기간(1만1582건)과 비교하면 68.77%나 감소한 수치다.

이는 최근 집값이 급등하고 대출이 금지되면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줄어든데다 중개수수료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직거래를 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월세 매물이 줄고, 거래가 얼어붙은 영향도 크다. 기존계약을 갱신할 경우 굳이 중개업소를 끼지 않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다이렉트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의 경우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지난 7월 366건에서 10월 157건으로 57.10% 줄었고, 서초구는 440건에서 166건으로 62.27% 줄었다. 송파구는 지난 7월 556건에서 161건으로 71.04% 줄었다. 같은기간 전월세 거래량도 강남구는 1343건에서 612건으로 54.43% 줄었고, 서초구는 1244건에서 558건으로 55.14%, 송파구는 1649건에서 764건으로 53.67% 줄었다.

무주택자의 패닉바잉으로 중저가 아파트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이하 노도강)도 전반적인 거래량이 줄어든건 마찬가지다.

노원구 아파트 매매건수는 7월 930건에서 10월 342건으로 63.23% 줄었고, 같은기간 도봉구는 604건에서 183건으로 69.70%, 강북구는 207건에서 109건으로 47.34% 줄었다. 전월세 거래량 역시 노원구의 경우 1345건에서 723건으로(46.25%), 도봉구는 532건에서 238건(55.26%), 강북구는 264건에서 121건(53.82%)으로 줄었다.

개별 중개업소가 처한 상황은 더 처참하다. 공인중개협회에 따르면 현재 개업공인중개사수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가 2700명으로 가장 많다. 이를 감안하면 강남 공인중개사 1명당 최근 중개건수(10월 말 기준)는 매매 0.05건, 전월세 거래 0.22건에 불과하다. 1년간 1건의 거래를 체결시키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7월(매매 0.13건, 전월세 0.49건) 비교해선 각각 61.54%, 55.19% 줄었다.

서초구(1588명)도 공인중개사 1인당 매매계약건수가 지난 7월 0.27건에서 10월 0.10건으로 반토막 났다. 송파구(1792개)는 1인당 거래건수가 0.31건(7월)에서 0.08건(10월)으로 3분의 1 이상 줄었다.

다만 노도강의 상황은 강남3구 보다 낫다. 노원구(748명)는 지난 10월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 1인당 매매거래 0.43건, 전월세거래 1.06건으로 지난 7월 각각 1.24건(매매), 1.79(전월세)보다 소폭 줄었다. 강남과 비교하면 매매거래건수는 약 9배, 전월세거래건수는 5배 높은 수준이다.

같은기간 도봉구(515명) 중개사들도 1인당 매매건수가 1.17건에서 0.34건으로 줄었고, 강북구(630명)는 0.32건에서 0.16건으로 감소했다. 전월세거래의 경우 도봉구는 1.03건에서 0.46건으로, 강북구는 0.41건에서 0.19건으로 줄었다.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신규개업은 줄고 폐업은 늘어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최근(지난 8월말 기준) 전국 부동산중개업소는 개업 1302건, 폐업 1028건, 휴업 69건으로 집계됐다. 개업은 전달대비 11.3% 줄었고, 폐업 및 휴업은 1% 늘었다.

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주택거래 시장이 장기간 침체기를 보이고 있다"면서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폐·휴업이 개업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