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밟았다" VS 복지부 "거짓말"...논란의 의사가운 진실은?

2020-09-02 14:22

[사진=전공의 제보사진]

'하얀 가운을 휴머니즘 실천의 상징으로 여겼던 사람이 있었다면, 반대로 권력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 사람도 분명 존재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3년 출간된 핼 헬먼의 저서 '의사들의 전쟁'의 소개글에 나오는 문구다. 이 책은 인간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권력투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이행 현황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의사가운을 밟고 지나가는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져나가며 논란이 일었다. 의사의 흰색 가운은 의료인의 상징이자 자부심을 나타내는 신성한 영역으로 취급돼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의료진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러한 상황을 담은 영상과 사진들을 공개하고 "계명대 교수진이 가운을 벗어 놓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복지부 직원들이 가운을 밟고 실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운을 밟고 가는 보건복지부 직원'이라고 공개된 사진에는 복지부 실사 담당자가 의사가운을 밟고있는 장면이 포착돼 있다. 현장에선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경상대 의과대학 교수진이 항의성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의사들을 짓밟았다'고 반발했고, 복지부는 '가짜뉴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의료진은 복지부 관계자들이 전공의, 전임의를 위해 피켓을 든 교수들을 지나쳐 의사가운을 밟고 지나가며 모욕감을 줬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영상을 살펴보면 복지부 관계자는 실사를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오는 과정에서 복도에 펼쳐진 의사가운을 발견하고 황급히 틈새 길을 찾아 걸어가고 있다. 

복지부는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상당수 누리꾼들은 의료계 주장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SNS에는 "의사가운은 성스러워서 밟으면 안 되는 건가? 의사들 자존감이 너무 높은데, 바닥에 깔면 밟고 지나가지 어떻게 해달라는 건가. 길막고 바닥에 쓰레기 버리지 마라"라고 격한 분노를 드러낸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5000명 이상이 공유하며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 글을 접한 이들도 "​의사가운을 곤룡포(임금이 집무 시에 입던 정복) 정도로 생각하시는 거 아닙니까?", "의사 가운은 성스러워서 밟으면 안 되는 건가?", "밟으라고 벗어놓은 것 아닌가?", "의사가운 사건 주작이다", "환영 레드카펫 " 등의 글을 올리며 공감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