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의협 '전면 휴진' 공정거래법 처벌 가능할까…강제성 입증이 관건
2024-06-10 16:06
의협 집단행동, 2000년 '유죄'·2014년 '무죄'
강제성에 희비 엇갈려…"상황 살펴야" 정부도 신중
강제성에 희비 엇갈려…"상황 살펴야" 정부도 신중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의협의 집단 휴진 예고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살피는 중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협은 지난 9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오는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 대회 개최를 결의한 상태다.
의협은 그동안 총 세 차례 집단 행동에 나선 바 있다. 2000년 의약 분업과 2014년 원격진료 도입·영리병원 추진, 2020년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발하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세 차례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 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신고 당사자인 보건복지부가 신고를 철회해 사건 조사가 중단됐지만 2000년과 2014년 집단 행동의 경우 시정 명령과 검찰 고발이 이어졌다.
검찰로 넘어간 두 사례에 대한 법원 판단은 갈렸다. 2000년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돼 당시 의협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사업자 각자의 판단에 따르지 않은 사유로 집단 휴업이 발생한 만큼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봤다.
2014년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투표로 결의했어도 휴업 결정은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불참 회원에 아무런 제재나 불이익이 예고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과거 판례를 살펴볼 때 의협의 이번 집단 행동 역시 강제성 입증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의협에서는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구성원들이 내규 등에 따라 의협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의협이 얼마나 강제성과 구속력 있게 휴진 권고를 통지했는지에 따라 위법성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당시 공정위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고발을 검토했던 시민 단체는 이번 사안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당시 대전협은 사업자 단체로 볼 수 없어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의협은 사업자 단체로 볼 수 있다"며 "실제 고발할지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전병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협이 하루 집단 행동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그 이후는 미정인 상태"라며 "상황을 보고 필요할 때 조치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도 "의협 결의가 있었던 만큼 검토를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조사 진행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