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총선을 말한다-下] ①新정치 패러다임...선거 승리하려면 '빅데이터' 읽어라

2020-04-24 00:00
與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이통사 빅데이터 활용해 유권자 분석
유세 동선·맞춤 공약에 활용...2022년 대선서 활용도 커질 것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인 ‘빅데이터’가 선거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정치권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정당 역사상 최초로 이동통신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거를 치렀다. 민주당은 빅데이터를 통해 유권자의 동선·취향을 심층 분석하고 지역구 후보 선거 유세 및 공약 등에 십분 활용했다. 실제 빅데이터를 활용해 ‘표심 요충지’를 누비며 당선된 후보자들은 ‘빅데이터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 표를 놓고 다투는 총선에서 빅데이터가 선거판의 ‘숨은 효자’로 떠오름에 따라 2022년에 치러질 대선에서도 빅데이터가 선거판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로 與 맞춤 공약 제시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87년 체제’ 이후 전례 없는 거대 여당(180석)의 탄생 주역으로 빅데이터가 꼽힌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이자 총선을 진두지휘한 민주연구원은 모 이동통신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선거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른바 ‘빅데이터 활용법’은 민주연구원 내에서도 극비에 부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직접 체크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빅데이터에 담긴 이동통신 가입자의 누적 동선, 소비 패턴 등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활용했다. 실제 이수진 동작을 당선자는 유세 동선과 현수막 설치 등을 빅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웅래 마포갑 당선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동통신사에서 받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거를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바 있다.

민주연구원은 당시 선관위 역대 선거자료, 인구주택총조사를 토대로 유권자의 정치성향, 투표행태를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했다. 민주연구원은 ‘마이크로 전략지도’를 만들어 유세차량에 전달했고, 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낼 확률이 높은 지역에서 유세를 펼쳤다.

김용익 당시 민주연구원장은 “2017년 대선을 ‘데이터 기반 과학 선거’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면서 “실전경험 축적과 당내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2020년 총선에서는 훨씬 강력한 ‘과학 선거의 절대 강자’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2017년 대선부터 ‘데이터 기반 과학 선거’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21대 총선에 들어선 정치판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데이터, 이젠 정책까지 영향 미친다

민주당이 활용한 빅데이터는 잘못 관리할 경우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철저한 보안 아래 운영됐다. 빅데이터 열람자는 지역구 후보자와 후보자가 지정한 1인으로 한정됐다. 열람자를 기준으로 보안교육을 실시하고 보안서약서를 받기도 했다.

장경태 동대문을 당선인은 “민주연구원의 빅데이터는 키워드 등으로 분석해 후보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마이크로 타기팅(정교하게 유권자와 대화하기)에 좋다면서 유세나 메시지를 전달할 때 유리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대문을은 격전지였기 때문에 민주연구원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타 연구소의 빅데이터 자료, 비공개된 여론조사 자료 등 3가지 각도에서 분석해 선거에 임했다”고 말했다.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세대별, 직업별 표심을 읽어내고 그 사람들한테 맞춤형 메시지나 공약을 냈다면 빅데이터의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 지역 범위가 큰 선거에서 빅데이터 활용도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데이터가 선거의 결정타 역할을 함에 따라 21대 국회 정책과 운용 등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당사에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제21대 총선이 끝난 뒤 사직 의사를 밝힌 양정철 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