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 中, 자국 면세업 키우는데…우리 면세업계는 "죽을맛"

2020-04-20 16:45
중국 경제관광 특구 하이난섬 관광·면세 회생 계획 발표
하이난섬 4개 면세점 지난달 전년대비 80%까지 실적 회복
국내 면세점 "살려달라" 아우성…정부는 대기업 이유로 미지근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사진은 지난 9일 텅 빈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면세업계가 코로나19로 고전하는 동안 우리보다 빨리 회복세에 접어든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사업을 육성하고 나섰다. 

20일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중국 경제관광 특구 하이난섬의 해외 면세 산업은 급격한 경기 침체 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중국 주요 조사 기관 및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총 4개 하이난섬 면세점은 2월 19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80% 수준까지 실적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는 자국민 내수 진작책을 펼치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에 따른 것이다. 하이난 지방 정부는 지난달 22일 면세 쇼핑과 함께 하이난섬의 유명한 관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억5000만 위안(약 258억3600만원)을 투입하는 회생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 면세 쇼핑 절차 단순화, 제품 범위 확장, 면세 제품의 온라인 판매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싼야 면세점(CDFG·China Duty Free Group)은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면세시장에서 입지를 제대로 다져보겠다는 각오다. 찰스 첸(Charles Chen) CDFG 회장은 무디 데이빗(Moodie Davitt) 리포트에 최근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보며 "지금부터 준비하면 중추절을 기점으로 엄청난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하이난성은 우리에게 모든 공간과 모든 상점을 다시 열고 많은 프로모션을 하도록 지원했다"면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프로모션으로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 보따리상(다이궁)이 들어오면 14일 동안 자가격리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회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혜택을 지속적으로 주면서 중국 면세점 면세품이 신뢰도를 회복한다면 나중에 우리가 다시 다이궁을 유치하는 데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인 면세산업 특성상 정부가 한국 면세산업 육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매출 기준 세계 면세점 순위는 1위 듀프리에 이어 2위 롯데, 3위 신라, 9위 신세계 등이다. 한국 면세점들이 글로벌 면세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기업이 대기업이란 이유로 최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에서 차순위로 밀어두고 있다.

우리 면세업계는 4월 들어 매출이 90% 이상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면세협회와 주요 면세점들은 세금을 물리더라도 일부 면세품을 백화점·아울렛 등 국내 다른 유통망에 판매가 가능하게끔 보세 물품 판매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다이궁으로 대표되는 해외 소비자가 면세품을 구입해 곧바로 국제우편 등으로 해외 반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다음주쯤에는 정부가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관세청은 "검토 사안이 많아서 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에도 요청한 적이 있지만 당시 관세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면세업계는 임대료 정책 변경도 요구하고 나섰지만 공항공사 역시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정부 정책에 따른 공항 '셧다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임대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휴점에 돌입한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고정임대료를 적용해 이달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데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아울러 현재까지 정부가 지정한 특별고용지원업종은 여행·관광숙박·관광운송·공연업종 등이다. 면세점은 포함되지 않았다. 20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고용유지, 실업자 지원,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 지원 등 4가지 핵심 내용이 담긴 고용안정 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종사자만 대략 7000명인데 현재 면세업계 매출은 제로(0)"라면서 "이번주 발표될 고용대책에 반드시 면세점과 공급업체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