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확실시…걷잡을 수 없게 된 의정갈등

2024-04-29 17:26
30일 대교협에 입시계획 제출…1500~1700명 수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6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한 대의원의 책상에 '의대증원X'가 적힌 마스크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확실해진 모양새다. 각 대학은 30일까지 입시전형 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대교협이 심의·의결하는 단계를 거치긴 하지만 대학이 제출한 의대 정원을 조정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의사단체들이 내세운 '의대 증원 백지화'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각 대학에 따르면 증원 규모는 1500~1700명을 웃돌 전망이다. 사립대들은 대체로 정부가 제시한 증원 규모를 유지했지만 지역 거점 국립대는 증원분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해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하도록 허용한 바 있다.

경북대(현 정원 110명)와 경상국립대(76명)는 각각 90명, 124명을 배정받았지만 45명, 62명을 모집한다. 충남대(110명)와 제주대(40명)도 증원분 90명, 60명의 절반인 각각 45명, 30명만 더 받기로 했다. 부산대와 전남대, 전북대는 학내 의견을 수렴 중이다.

대교협이 입시전형 계획을 5월 중으로 심의·의결하더라도 의대 정원 수가 달라지긴 어려워 보인다. 대교협 관계자는 "입시전형에 기술적 오류가 있지 않는 이상 대학이 정해진 기준하에 자율적으로 결정한 모집 인원을 수정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이 30일에 확정되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사실상 30일이면 (의대 증원이) 확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정부의 의료 정책에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대 증원이 더욱 힘 받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의정갈등은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협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5+4협의체' 등 다양한 소통창구를 마련했으나 의사단체는 변함없이 증원 백지화가 대화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의 사직 후 병원을 지탱하고 있는 의대 교수들의 현장 이탈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이날 공개한 전국 대학병원 임상 여교수 4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90%가 이른 시일 내 체력적 한계가 올 것, 25%는 강한 사직 의사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전의교협은 "근무 환경에 있어 남성 교수들이 느끼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광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원광대 의대 학장에게 다시 한번 사직서를 제출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25일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병원이 이를 결제하지 않아 이번엔 대학에 제출했다"고 부연했다.

주요 병원 교수들의 휴진 행렬도 이어진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30일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한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교수들도 이날부터 주 1회 휴진에 돌입한다. 서울 아산·성모병원은 내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