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철, 美에 "정상간 친분 내세워 연말 넘기려 한다면 망상"

2019-10-27 09:38
대미 담화에 이례적 등장..."정상 친분관계 있지만 모든것엔 한계"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7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미국을 향해 이같이 날 선 목소리를 내놨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인 아태평화위는 북한이 미국 등 미수교국 및 남한 등과 관계개선에 활용해온 창구로, 김 부위원장은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및 통전부장으로서 아태평화위 위원장을 겸임해 왔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면서 "얼마전 유엔총회 제74차 회의 1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대표는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를 걸고들면서 미조 대화에 눈을 감고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느니, 북조선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느니 하는 자극적인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유엔 제재결의 이행을 집요하게 강박하고 있으며 추종 국가들을 내세워 유엔총회에서 반(反)공화국 결의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엄정 비난했다.

 

지난해 6월 4일 미국에서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부위원장은 미 전략사령관 지명자가 최근 의회 상원에서 북한을 '불량배국가'로 헐뜯고, 미 군부가 북한을 겨냥한 핵타격훈련까지 계획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 지명자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배치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규모가 북한과 같은 불량 국가들의 잠재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불량 국가들의 제한된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제반 상황은 미국이 셈법 전환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기는 커녕 이전보다 더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우리를 고립압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북·미 관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관계 덕분이라면서도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며 "조미관계에서는 그 어떤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수 있는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끝으로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 협상에서 빠졌던 김 부위원장을 다시 대미 메시지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인 만큼 배경이 관심이 쏠린다.

김 부위원장은 초기 북·미 협상을 이끌었던 인물이자, 아태평화위 위원장 명의로서 정상 간 친분을 떠받칠 수 있는 북·미 간 근본적인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이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협상 과정을 주도했던 김영철은 회담 결렬 이후 권력집단 재편과정에서 당 통일전선부장을 장금철에게 넘겨주고 당 부위원장 보직만 맡고 있으며 대미협상 주도권도 외무성으로 넘겼다.

다만 이날 담화를 통해 장금철에게 통전부장을 넘겨준 뒤에도 이 직책은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