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 논의…'학종 공정성 강화' 가능성 ↑
2019-09-03 08:48
자소서·수상경력 등 '금수저 요소' 폐지 가능성 거론
문 대통령 지난해에도 '내신·학생부 공정성 강화' 주문
문 대통령 지난해에도 '내신·학생부 공정성 강화' 주문
3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발언에 앞서 지난해 12월 이미 내신이나 학생부의 평가 공정성 문제, 수시 '깜깜이 전형'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1일 교육부 2019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교육정책과 교육부에 대한 국민들 평가가 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육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내신이나 학생부 같은 경우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 공정성을 믿지 못한다"며 "수시도 워낙 전형이 다양하다 보니 부모들 입장에서는 깜깜이, 그런 가운데서 많은 반칙이나 특권, 비리·부정이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내신이나 학생부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차라리 점수로 결정되는 수능이 오히려 가장 공정하다며 (학생·학부모가) 정시 확대를 바란다"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교육에 대해 더 큰 개혁도 불가능하다"고 시정을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그동안 입시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고 발언한 것도 지난해 당부와 맥을 같이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학종 공정성 강화를 위해 당장 가능한 방안으로는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 중 '수상경력' 같은 이른바 '금수저 요소' 폐지가 거론된다.
이들 요소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논의 때도 폐지 여부가 논의됐으나, 자기소개서는 분량을 줄이고 수상경력은 학기당 하나만 쓰는 것으로 정리됐다.
학종 중 저소득층·농어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른기회전형과 지역 인재의 지방거점대학 입학 기회 확대를 위한 지역인재전형 등을 현행 5∼10% 수준에서 10∼2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성이 있는 안 중 하나다.
정시 확대는 당장 실현이 어려운 데다 대입 정책의 안정성 측면에서 교육 당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일단 2022학년도 입시는 '수시 70%, 정시 30%'로 대학들과 협의가 끝난 상황이다.
또 관계법령상 대입 제도 전반을 뜯어고치려면 시행 4년 전에 공표해야 하는 만큼 올해 하반기에 새로운 대입 제도를 내놓더라도 2024학년도에야 시행 가능하다. 안을 마련한다 해도 2022학년도 정시 30%에서 2년 만에 이 비율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금수저 전형 논란이 대입 개편까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교육부는 대입에 '부모의 힘'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종이 최대한 '깜깜이' 논란에서 벗어나도록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이후 학종으로 발전한 지 10년이 넘었고 그 동안 숱하게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만 했을 뿐 아직까지 수시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교육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교육부는 나름대로 10년간 여러 보완을 거쳐 학종이 자리를 잡은 상태라고 강변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입시를 둘러싼 논란은 수시의 공정성·투명성을 믿지 못하는 국민이 아직도 많다는 점을 드러냈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에 내놓은 학종 공정성 관련 대책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학종 관련 평가 강화였다. 입학전형을 잘 개선하는 대학에 2년간 입학사정관 인건비, 입학전형 운영·연구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강화된 평가 항목도 자기소개서 대필·허위작성이 확인될 경우 의무적으로 탈락·입학취소 조치를 하는지, 학종 평가기준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지, 2인 이상 입학사정관이 교차평가하도록 의무화했는지, 학종 공정성 관련 위원회에 외부위원이 참여하는지 등 이미 당연히 했어야 할 항목들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이번 논의에서도 교육부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아 입시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