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의 전제 조건인 용선료 인하율 목표를 30%로 잡았다. 최근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 중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가운데 용선료 인하 목표를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의 필요성 등을 설명하는 성격의 1차 협상은 이미 완료했고 계획대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이같은 협상 목표치를 공시했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조정을 시도하는 선박은 모두 60척(컨테이너선 47척, 벌크선 13척)으로 9개국 22개 선주사(컨테이너선 선주 12곳, 벌크선 선주)가 협상 대상이다.

한진해운은 이들 선박에 대해 향후 3년 6개월간 지불해야 하는 2조6000억원의 용선료 중 30%를 인하하는 게 목표다. 금액으로는 약 7800억원 규모다.

한진해운의 주요 대상 선주사는 캐나다의 시스팬, 그리스의 다나오스, 독일의 콘티 등이다.

가장 많은 협상대상 선주가 몰린 국가는 10개 선주가 있는 일본으로 선박은 15척에 달한다.

독일에서는 3개 선주와 12척 선박을, 그리스에서는 2개 선주와 11척 선박을 대상으로 용선 계약을 맺고 있다.

잔여 용선 기간이 3년 6개월보다 길 경우, 2020년 초까지 지불할 용선료를 깎고, 기준보다 짧은 경우는 남은 기간에 대해서만 용선료를 인하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의 지난 1분기 매출원가 약 1조6327억원 중 용선료 비중은 36.5%로 5950억원에 달한다. 연료비가 포함돼 있는 운항 및 화물변동비는 약 7064억원으로 약 43.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용선료 비중은 2013년 32.0%에서 4.5%포인트 증가하는 등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수익성 저하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한진해운 측의 판단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재출연이나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지난 14일 서울 서소문동 대한항공 사옥에서 시스팬사의 게리 왕 회장과 만나 7척에 대한 용선로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진해운도 5월 말 화주들에게 레터(공문)를 작성해 해운동맹 ‘디(THE) 얼라이언스’ 관련 진행 경과를 알리는 등 설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편 한진해운은 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1900억원의 공모채 만기연장을 시도한다. 오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71-2회 무보증사채’에 대해 9월 27일까지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의결하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공모채 만기조정은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그동안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