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싸움'에 산적한 국내외 사업들 잇따라 차질 우려

2015-08-05 00:00
정치권 비난에 국세청 등 움직임도 롯데 입장에선 큰 부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그룹이 추진 중인 핵심 사업들도 줄줄이 차질을 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치권의 비난 여론은 물론 국세청 등 정부 기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어서 롯데는 이래저래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특히 이런 혼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빠르면 오는 10월 말 있을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잠실점 특허 심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 오너 일가도 나눠 갖고 있어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롯데리아와 코리아세븐 등 상장이 검토되고 있는 계열사의 기업공개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룹 차원에서 야심 차게 추진해오던 해외 유통업체 M&A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올해 롯데렌탈(옛 KT렌탈), 더 뉴욕팰리스호텔을 잇달아 인수한 롯데그룹은 해외 기업 M&A를 통해 해외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추진해왔다.

러시아·인도네시아의 복합 쇼핑몰 인수, 유통 분야의 옴니채널(온·오프라인과 모바일을 융합한 유통 서비스) 사업과 중국·인도·베트남·러시아 등에서의 유통기업 M&A, 동남아·일본 등지에서의 면세점 사업 확장 등도 이 같은 맥락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이번 분쟁으로 M&A와 같은 고도의 경영적 판단이 요구되는 결정을 신동빈 회장이 과감하게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비관적이다.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온 롯데의 현안은 면세점 특허 재획득이다.

올해 12월 특허가 만료될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월드타워점도 이번 롯데판 '형제의 난'으로 관세청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총수 일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심사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면세점 재승인은 큰 하자가 없을 경우에는 대부분 그대로 이뤄져왔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서울시내 추가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다방면에 참여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 대형 사업도 문제다.

경기도에서 롯데가 참여하고 있는 복합사업들은 지난 2013년 12월 도·파주시·롯데쇼핑(주)간 투자협약을 체결한 파주 세븐페스타(30만2000㎡)를 비롯해 지난해 3월 롯데자산개발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참여 중인 과천 복합 문화 관광단지(18만5000㎡) 조성 사업이 있다.

지난해 4월 롯데쇼핑과 부지 매입 의사를 밝힌 백운 밸리내 복합쇼핑몰(10만4000㎡), 같은 달 양주시와 롯데쇼핑이 투자협약을 맺은 롯데 양주 프리미엄 아울렛(6만6000㎡)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 사태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수록 사업 방향을 결정할 의사결정은 그만큼 지연되는데다 최고경영자가 바뀔 경우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지역도 마찬가지다.

인천종합터미널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롯데인천개발'의 경우 신 총괄회장이 대표이사인 '호텔롯데'와 신 회장이 최대주주(13.46%)인 '롯데쇼핑'이 각각 28.85%의 지분을 갖고 있어 현재 묘한 분위기다.

'롯데송도쇼핑타운' 사업과 농산물 도매시장 부지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인천타운' 등은 롯데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아예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의 오너리스크 탓에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비롯해 인수·합병, 면세점 재심사 등은 물론 수도권 지역 대규모 복합 시설 조성 등 진행 중인 사업이 사실상 '올 스톱'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