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규제개선 첫 걸음은 골프장에서…

2014-04-05 00:10
김경수 문화레저부장겸 골프대기자

 

요즘 ‘규제 개선’이 화두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니, 총리실은 민관규제개선추진단을 만들고, 공무원들이 앞장서 각종 규제를 푼다며 야단법석을 하고 있다.

상식을 배척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비합리적 규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다. 골프장 산업을 짓눌러온 규제도 결코 만만치 않다.

한국은 ‘골프 강국’이라고 한다. 여자 골퍼들은 세계 정상에 올랐고, 남자 골프는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대회 챔피언을 탄생시켰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내년에 ‘프레지던츠컵’(미국-인터내셔널 남자 프로골프대항전)을 개최하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골프종목 메달후보로 꼽힌다. 또 스크린골프 열풍은 세계 제일이라고 할만하다. 한국은 골프 인구나 골프 열기, 골프장 수에서도 세계 상위권이다.

그렇지만 그에 걸맞은 골프 브랜드가 없고, 스포츠 시설인 골프장에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골프 선진국’이라고 하기엔 민망하다.

문민정부 시절의 에피소드는 한 편의 코미디같다. 김영삼 대통령은 외국정상을 만나 ‘골프 금지’와 골프산업에 대한 중과세를 자랑했다. 그러자 상대가 “한국에서는 운동하는데도 그많은 세금을 냅니까?”라고 묻는 바람에 머쓱해졌다고 한다.

회원제골프장에 부과되는 중과세 문제는 20년전부터 귀가 솔 정도로 거론됐으나 해결될 기미가 안보인다. 골프장에 갈 때마다 부과되는 개별소비세(2만1120원)를 면제하는 입법안이 2013년초 마련됐으나 국회에서 무산시켰다. ‘부자들 놀이에 세금감면이 웬말이냐?’는 것이 표면적 논리였는데, 이는 국민정서를 빙자한 책임회피성 핑계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과도한 세금으로 인한 경영난 탓에 부도가 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은 26개에 달한다. 지방세를 체납한 골프장은 49개, 인수합병당하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곳은 70여개에 이르른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중과세를 풀지 않고 있다.

골프장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엄연한 스포츠 시설인데도 과세할 때에는 사행성 업종이 된다. 이런 비합리적 규정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이로인해 골퍼들이 부담하는 개별소비세는 카지노의 2.3배, 경마장의 12배, 경륜장의 30배에 달한다.

세금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골프장이 의무적으로 보유하는 땅에 대해 투기목적의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인식이 여전하다. 골프장을 지을 땐 전체 부지의 20% 이상을 원형보존지로 존치토록 하고 있다. 이 땅은 개발할 수 없는 산림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비업무용 토지(투기용)로 간주해 종합합산과세를 한다. 의무보유 비율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골프장들 주장이다.

골프장을 짓누르는 가장 큰 멍에는 골프장내 유휴부지 개발을 불허하는 규정이다. 이는 골프장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저해한다. 미국·중국·동남아 등지에선 골프장내 주거(숙박) 시설 건립을 장려한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가 거론됐으나 관련 부처의 이해가 상충돼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골프장은 시장규모 4조원이 넘는,버젓한 산업이다. 그런데도 약 40년전 유신헌법아래 만들어진 제도와 규제가 아직도 ‘갑’ 행세를 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골프장 산업이야말로 규제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