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수신·제가도 어려운 트럼프, 치국·평천하는 가능할까

2024-08-26 06:00

지난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전·현직 대통령들이 모두 연단에 올라 해리스 지지를 호소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곧 100세 생일을 맞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역시 병석에 누운 가운데서도 지지를 당부했고 이 밖에 2016년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모두가 하나로 뭉쳐 해리스 지지를 외쳤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전·현직 대통령 중 공화당계로는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조지 W. 부시는 지난달 트럼프를 후보로 선출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불참했고, 트럼프 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한 마이크 펜스는 일찌감치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위협이라고 지적하며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정책 공약과 비전 등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당내 통합 측면에서는 해리스가 분명히 앞서는 모습이다. 반면 당내 단속에도 어려움을 겪는 트럼프는 흔히 정치인의 덕목이라고 일컬어지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중 집안을 가지런히 한다는 '제가(齊家)'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당선되더라도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과 세상을 안정케 하는 '평천하'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실제로 이미 트럼프 1기를 맛본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트럼프 2기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그가 몰고올 혼돈과 불확실성에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일반적인 정치인들과는 다른 배경을 가진 트럼프는 정계 등장 초기부터 ‘정치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공화당 내에서도 상당한 반대 여론이 있었다. 트럼프는 정계 데뷔 당시부터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언행으로 많은 자질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으나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감 속에 이른바 ‘성난 백인’의 지지를 등에 업고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공직 경험도 없는 정치 신인이었지만 기성 정치를 개혁할 적임자라는 기대감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정치계의 이단아’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그 결과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다. 더구나 그는 대선 패배 불복 등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행위까지 서슴지 않은 가운데 각종 민형사 재판에 연루된 상태이다. 이를 보고 있자면 트럼프는 '제가'는 물론이거니와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修身)', 심지어는 그 이전 단계로 마음을 바르게 하는 '정심(正心)'은 이루었는지 심히 의문이 든다. 

어느덧 기성 정치인이 되어버린 트럼프는 세 번째 대선에 나선다. 이미 트럼프는 지금까지 행보를 통해 상당 부분 자신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를 통한 정치 개혁 기대감 같은 것은 거의 사라졌고, 공화당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극우 정당으로 전락하다시피 했다. 같은 공화당 내 인사들조차 트럼프를 버리고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는 것은 현재 트럼프와 공화당의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우리가 한국에서 트럼프나 해리스 등 대선 주자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해도 미국 대선에 실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렵다. 결국 투표하는 것은 미국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대선 판도가 우리 정치 지형에도 분명히 시사해 주는 바는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느 선거든 나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신과 제가를 이룬 인물이 필요해 보인다. 아니, 수신·제가 이전에 정심만이라도 제대로 갖춘 인물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장성원 국제경제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