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수요자 혼란만 가중시킨 '오락가락' 정책... 결국 신뢰의 문제다
2024-11-11 17:27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놓고 오락가락하던 정부가 놓친 방향타를 가까스로 잡았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다음 달 2일부터 그간 과도한 대출관행으로 지적받아온 '방공제' 면제를 중단하고 후취담보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간 디딤돌대출을 둘러싸고 국토부는 수차례 말을 바꾸는 '갈지(之)자' 행보로 실수요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9월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책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면서 정책 대상을 줄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지 불과 한달여 만에 국토부가 시중은행에 디딤돌대출 취급제한을 요청하는 등 급작스럽게 대출규모 축소 방침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물론 주택구입용 대출인 디딤돌대출이 가계대출 급증을 주도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겠지만, 서민들의 대표적인 정책 대출인 디딤돌대출의 한도 축소 추진으로 실수요자들의 피해와 혼란이 예상되는데도 사전 예고나 유예 기간을 주지 않고 시행에 급급한 것은 ‘국민은 보지 않고, 행정만 봤다’는 비판을 받을 만 하다.
국토부는 이후로도 대출한도 축소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가 재차 번복하며 수도권으로 대출 규제 가닥을 잡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자 요건에 소득제한(연 6000만원 이하)이 있고 주택가액도 5억원 이하로 높지 않은 대표적인 서민 대출상품이다. 정책 금융 지원이 가장 필요한 대상에 대해 가계부채의 고삐를 죈 셈이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증가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7월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조치 시행 직전에 돌연 9월 시행으로 두달 연기한 것이 가계부채 증가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용인해 집값을 부양시키려 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면서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당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 행보다.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추진 과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2단계 DSR 적용처럼 이미 예고됐던 정책을 방향 전환해 주택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더니 디딤돌대출 규제는 사전 예고도 없이 급작스럽게 시행에 나서는 등 당국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결국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을 자초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정책은 큰 줄기 아래서 일관성과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물론 미처 살피지 못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손질도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은 정책의 큰 줄기 아래 정책의 목표와 취지, 그리고 국민의 편의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의 충격을 되도록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장을 혼란케 하는 정책 번복과 사후약방문식의 처방이 반복되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공급 확대, 대출 규제 완화, 세금 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수십 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전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도 표명해 왔다. 그러나 정책 방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국민들이 의문을 갖는다면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그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신속한 대응‘이냐, ‘땜질 처방’이냐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