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후속조치> 첫 삽도 안 뜬 행복주택, 주요 전월세 대책 모두 손질

2013-12-03 17:24
초기 정책 실패 시인… 시장 활성화 기대 엇갈려

오류동 시범지구 전경. [사진제공 = 국토교통부]

아주경제 이명철ㆍ권경렬 기자 =시범사업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행복주택사업의 추진을 위해 정부가 사업궤도 전면수정에 들어갔다. 공급물량을 줄여 사업비 부담을 해소하고 공급지역을 뉴타운 해제지역이나 산업단지, 미착공된 신도시·보금자리지구 등으로 폭넓게 확대해 사업부지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시장 활성화 및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았던 4·1대책과 8·28대책 일부 방안도 수술대에 올랐다. 수요자로부터 외면받은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Ⅰ은 사실상 폐지됐고, 하우스푸어 매입·임대에는 중대형도 포함시켰다.

행복주택과 목돈 안드는 전세의 경우 박근혜 정부 초기에 도입된 공약이다. 이들 대책이 전면 손질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초기 정책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후속조치에 대해 부동산 관련법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전반적인 회복세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복주택 궤도 수정…물량 줄이고 공급 다양화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 물량은 기존 51만가구로 유지하되, 행복주택은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줄이기로 했다. 줄어든 6만가구는 국민임대 등으로 대체 공급하게 된다.

이는 행복주택 공급에 따른 국민임대 부족 등 저소득층 주거복지 악화에 대한 지적사항을 수용한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행복주택사업 역시 사업비 부족 및 지구지정 지연 등으로 사업 축소 논란이 계속돼온 상황이어서 공급이 더 수월한 국민임대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행복주택 공급입지는 공공용지 외에 직주근접과 저렴한 임대료에 부합하는 다양한 용지를 활용하게 된다. 도시재생용지의 경우 이미 대구시와 부산시가 행복주택 건립을 제안하는 등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있어 사업 추진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단지는 직주근접이 가능한 장점이 있고 젊은 사회활동계층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행복주택 공급지라는 평가다. 또 LH·SH 등 공기업이 보유한 미활용 주택용지에 행복주택을 지을 경우 매각 시기가 불투명해 나대지로 방치된 토지를 활용할 수 있어 공기업 재무구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복주택의 공공용지 부담을 줄인 것은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수정한 것"이라며 "당초 공약보다 후퇴하긴 했지만 축소한 만큼 국민임대로 하겠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행복주택 평균 사업비는 3.3㎡당 659만원으로 책정됐다. 오류·가좌지구의 경우 3.3㎡당 700만~800만원의 공사비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가 될 예정이다.

◆모기지 확대·중대형 리츠 매입, 시장 회복 기대

정부의 정책 모기지 확대와 공유형 모기지 본 사업에 대해서는 시장 활성화에 효과를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제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토부는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으로 나눠졌던 정책 모기지를 하나로 통합하고, 내년에 총 11조원의 모기지를 투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근로자 서민·생애최초 대출과 보금자리론이 모두 없어지고 다음달 2일 새 통합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정책모기지 대상은 내년 말까지 일반 무주택자는 6000만원 이하, 생애최초 구입자의 경우 7000만원 이하로 통일된다. 금리도 시중 최저수준인 연 2.8~3.6%로 책정되고 생애최초는 0.2%포인트 추가 인하된다.

시범사업(3000가구)이 큰 인기를 끌었던 공유형 모기지는 오는 9일부터 2조원(1만5000가구) 범위 내에서 한시 운용한다. 이용 대상자는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다. 대상 지역·주택은 수도권 및 6대 광역시 소재 전용 85㎡·6억원 이하 기존 아파트와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다.

희망임대주택리츠는 내년에 하우스푸어 주택 1000가구 매입·임대에 나선다. 하우스푸어 소유 주택이 대부분 중대형이라는 점을 감안해 면적 기준(전용 85㎡ 이하)을 폐지, 9억원 이하면 모두 매입 대상으로 조정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중대형을 포함한 것은 투자형 수요자까지 구제한다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중대형은 임차수요가 적어 적정가격에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데 자금부담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후속조치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 대책을 수정·보완한 수준이어서 시장에 미칠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기존 정책의 미세조정에 가깝다"며 "방향성은 맞지만 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만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