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대란 현실화…설 이후 배송되는 최악 사태도…

2013-02-04 18:13
- 기온 영하로 떨어지는 수요일 이후가 최대 고비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 요즘 택배기사들은 죽을 맛이다. 갑작스런 폭설로 배송 불가 지역이 크게 늘었지만 어떻게든 도착해야 한다는 게 본사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로변은 눈이 녹아 운행에 차질이 없지만 골목길 진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급한 마음에 스노 체인을 장착했지만 이마저도 대로변에서는 한나절을 버티지 못하고 끊어진다. 골목 배송을 위해서는 스노 체인을 또 구매해야 하지만 개당 4만~5만원인 가격이 부담스러워 선뜻 결심이 서지 않는다. 스노 체인 구매 비용은 택배기사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 불안하기는 상품을 주문한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주부 김정희씨(63)는 4일 새벽 택배기사에게 문자를 받았다. 오늘 배송 예정이던 선물세트가 갑작스런 폭설로 지연된다는 내용이었다. 처가에 보낼 설 선물을 주문한 신상욱씨(35)의 근심도 크다. 택배 물량이 많은 시기에 폭설까지 겹치면서 명절 전에 배송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택배업계가 초유의 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지난 3일 밤부터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쏟아진 폭설 때문이다. 특히 이번 폭설은 택배물량이 연중 최고치에 달하는 설 연휴 기간과 겹치면서 배송 시기조차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는 일찌감치 이번 연휴기간 최대 물량인 100만 박스 이상이 4일과 5일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지난주부터 택배 차량 증원, 본사 직원 현장 투입 등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택배기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폭설까지 겹치면서 '배송 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택배기사는 "요즘 택배기사들은 하루에 200~400개 이상의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CJ대한통운은 사실상 배달이 불가능한 일부 지역 소비자들에게 배달 지연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 눈 쌓인 도로를 운행하다 차량이 고장날 경우를 대비해 사전 정비도 강화했다. 예비 차량도 마련했다.

한진택배 역시 상습 결빙구간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센터별로 폭설안전 대비 교육 등을 실시하고, 예비 차량과 제설장비 준비를 마쳤다. 본사 직원들까지 분류작업 지원에 나섰다.

문제는 수요일 이후부터다.

기상청은 6일 밤부터 한 차례 눈이 더 오고 기온도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미처 녹지 않은 눈이 결빙되면 막바지 선물 배송은 물론, 설 연휴 이후에도 배송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연휴기간 비상체제를 선언하고 자연재해 등 각종 변수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해 뒀지만 예상치 못한 폭설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며 "기온이 떨어지면 눈이 채 녹지 않은 곳이 결빙돼 배송에 더욱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어 다양한 대처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