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지스틱스의 택배값 인상 꼼수?

2013-01-28 06:00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현대로지스틱스의 택배 가격 인상 추진이 꼼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격을 인상하려면 대형 화주들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화주들이 동의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개인고객 위주의 부분적인 인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대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장 기한을 6개월 가량 남긴 현대로지스틱스가 택배기사들의 대규모 이탈 방지를 위해 '단가 인상'이라는 확정되지 않은 카드를 빼들었다고 비난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 20일 업계 최초로 택배 단가를 최소 500원 이상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택배비로는 유류값조차 감당하기 힘들고, 택배기사들과 협력사들도 생활고와 운영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지난해 택배대란까지 발생하며 택배 서비스 정상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는 것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로지스틱스 발표 이후 업계는 가격 인상 여부와 시기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고, 증권가에서도 이번 인상 결정은 영업이익 증가와 손실 비중 감소 등 각 택배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도 현대로지스틱스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단가 인상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이율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로지스틱스의 이번 결정은 다소 모호하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단가 인상 대상이 개인고객을 포함한 3~4년 단위로 계약하는 기업고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체별 인상 시기, 재계약 시점도 제각각이라 일괄 적용이 힘들다. 인상폭에 대해서도 최소 500원 이상이라는 틀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액수를 피했다.

주요 화주인 유통업계 역시 이번 단가 인상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대로지스틱스의 화주인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택배 단가가 100원이라도 오르면 당장 판관비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며 "업계에서 통용되는 시세가 있고, 각 화주별로 물량과 화종이 천차만별이라 업계의 단일화된 기준 없이 현대로지스틱스가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마트·홈쇼핑 등 유통업체들과 거래량이 많고 매출에서 택배비중이 높은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도 당장의 단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부분 택배업체들은 "아직은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단가 인상 결정이 현대로지스틱스가 상반기 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고 관측했다. 설 대목을 앞둔 상황에서 택배기사들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뜻이다.

실제 현대로지스틱스는 2011년 1월 우리블랙스톤PEF를 대상으로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 30개월 내에 상장한다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상장에 실패하면 인수금액에 연 8.5% 복리 등의 조건으로 현대상선이 투자지분을 다시 사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