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중국 부동산 재벌 비구이위안(碧桂園)이 해외 부채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며 청산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과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불확실한 데다가, 중국 부동산 장기 침체로 매출도 부진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일 중국 제일재경일보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7개 대형은행으로 구성된 조정위와 합의를 거친 역외 부채 구조조정안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조조정안은 역외 채권자에게 크게 다섯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현금환매(현금으로 주식 매매), 강제전환사채(주식 전환 의무화 채권) 전환, 채권 11.5년 연장 및 채권 부분 지분화, 채권 9.5년 연장 및 원금 삭감 등이 그것이다.
이번 해외 부채 구조조정이 비구이위안의 회생이냐 청산이냐를 결정지을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2023년 10월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디폴트를 선언했다. 2023년 6월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총 부채는 1870억 달러(27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구이위안은 디폴트 선언 이후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채권단과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홍콩 법원에 청산이 요청돼 이달 20일 청산 심리가 예정됐다. 비구이위안으로서는 법원의 청산 심리를 얄 열흘 앞두고 이번 해외 부채 구조조정을 발표함으로써 청산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제일재경은 “비구이위안은 국내 채권의 첫 번째 구조조정을 완료했다”며 “이번에 해외 채무 재조정이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단기 채무 압력과 경영 압력이 줄어 회사의 안정과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시간과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비구이위안이 청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해외 부채 구조조정을 놓고 채권단과 합의를 이뤄낸다 해도, 비구이위안이 남은 부채를 갚을 수 있을 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부동산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비구이위안의 매출은 부진한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계약 매출은 1년 전보다 73% 감소했다.
지난해말 기준 비구이위안은 3000개 이상의 건설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고, 판매 가능한 주택 계약 면적은 9000만㎡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인도한 주택은 38만 가구 이상이고 지난 3년 동안 약 170만가구를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