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됐다.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모두 참석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2018년 12월 조지 H.W 전 대통령 이후 5년 만에 진행된 이날 국장(國葬)은 예포 21발과 함께 국회의사당에 안치돼 있던 관을 성당으로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장례식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도 자리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5명이 총집결한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생존한 전·현직 대통령의 비공식 모임인 이른바 '대통령 클럽'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옆에 앉았고, 두 사람이 행사 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장례식 전에도 비공개로 만났으며 이는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에서 목격된 이례적인 화합의 모습이라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 정도 진행된 장례식에서는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이 생전에 쓴 추도사도 아들들이 낭독했다. 포드는 1976년 대선에서 카터에게 패하는 등 한때 정적이었으나 카터 임기 이후에는 당파를 초월한 우정을 보여줬고, 여러 사회 현안 해결을 위해 함께 힘썼다. 포드 막내 아들이자 배우인 스티븐 포드는 대독한 추도사에서 "카터와 나는 짧은 기간에 라이벌이었으나 이는 오랜 우정으로 이어졌다"면서 "재회를 기대한다. 우리는 서로 할 이야기가 많다"고 밝혔다.
바이든도 생전 카터의 부탁으로 추도사를 했다. 그는 자신이 대선에 출마해던 카터를 지지했던 이유는 "변하지 않는 인격" 때문이었다면서 "카터와의 우정을 통해 훌륭한 인격은 직함이나 우리가 가진 권력 이상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증오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장 큰 죄악인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터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는 가족을 대표해 조부에 대해 "정치 인생과 대통령직에서 그는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라 예언적이었다"면서 "그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었을 때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었다"고 했다.
카터의 관은 국장 이후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다시 운구됐고, 자택 앞 가족 묘지의 부인 옆에 안장됐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카터의 장례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국가 애도의 날에는 미국 연방 정부 기관과 금융 기관을 포함한 주요 공공 기관이 문을 닫거나 단축 운영을 한다. 이날 뉴욕 증시도 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