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내우외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밖으로는 오는 1월 20일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우방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대한 미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한편, 국내 여건은 탄핵정국과 정치 불안정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의 관세보복 정책으로 2025년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8%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올해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2기 리스크에 대해 알아보자. 트럼프는 정부 1기의 미국 우선주의에 이어 2기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주창하여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트럼프 2기의 대외경제 핵심은 고관세 보복정책과 리쇼어링(reshoring)이며, 지난 1기보다 더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트럼프는 민주당 바이든 정부로 인해 미국 경제가 약화하였다는 시각을 갖고 있어 전 정부의 주요 정책을 리세팅할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공약으로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도체 지원법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는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에 대한 바이든의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시각이다. 한국기업들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였으나, 정권 교체를 목전에 두고 최근 바이든 정부가 SK하이닉스에 4억 5,800만 달러, 삼성전자에 47억 4,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5종도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잘 매듭지어서 다행스럽다. 문제는 트럼프 2기 정부다. MAGA를 외치는 트럼프가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해야 한다.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정국 불안정으로 환율이 치솟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원자재·부품 수입에 고통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해 국내경제도 어려운 가운데 수입 물품까지 비싸져서 물가가 오르고 대외신인도가 흠집 나는 등 총체적으로 난국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한국만이 증시가 좋지 못하다. 국내 정치적 불안 요인은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에 있어 큰 취약점으로 향후 해외투자자들의 국내 이탈이 가중될 수 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한국경제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시각도 제기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8.2% 증가했고 세계 수출 순위 6위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 국내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암울하다. 탄핵정국, 내수 침체 등의 이유로 정부는 한국경제 성장률을 1.8%로 하향 조정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2기의 보편 관세가 부과될 경우, 올해 대미수출이 최대 13.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우리나라가 미국의 주요 통상 압박 대상국이 될 소지가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 액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총 1,674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미국 시장환경도 트럼프 2기 정부하에서 녹록하지 않다. 멕시코에 공장을 가동 중인 우리 기업들도 트럼프의 멕시코 대상 고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 진출에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환경인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산업에서 기술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전기차를 육성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제 저궤도 위성통신, 바이오 등 여타 분야에서도 대국굴기를 이루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봉쇄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에 이어 트럼프 2기에서도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다. 트럼프 2기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임명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미 정부의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에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가 각종 규제를 적극적으로 없애고,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가전, IT, 방산, 로봇 등 모든 산업에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엔비디아, 오픈AI, 테슬라 등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미래 움직이는 모든 것은 로봇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AI와 로봇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챗GPT를 로봇에 장착하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과 대만은 반도체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기업지원에 적극성을 보인다. 일본 혼다와 닛산 자동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6월까지 합병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봉쇄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메모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도확대하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수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범용 반도체 점유율 증가에 슈퍼 301조 카드를 꺼내 들고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빠른 속도의 산업변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탄핵정국과 정쟁으로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기업지원을 위해 비효율적인 규제 타파에 나서고 있는데도 말이다. 답답하다. 국내 정치 상황이 정상으로 회복되어야 한국경제가 바로 설 수 있다. 정치권은 한국경제가 회복되는데 관심을 두고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국내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기술혁신과 시장 개척 다변화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대학 경영학 박사 △국정원 국제분석관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