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 내가 이겼다! 꺄르륵.”
노란, 분홍색 내복을 각각 입고 찰흙 던지기 놀이를 하는 두 꼬마 아이의 얼굴엔 장난스러운 웃음이 가득했다. 집에서 노는 듯 편한 모습의 아이들은 얼마나 뛰어놀았는지 맨발바닥이 검게 변해 있었다.
무안공항에서 이곳만은 슬픔과 애도의 무거운 공기가 빗겨나 있었다.
179명의 희생자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이후 천여명에 달하는 유가족, 수천명의 자원봉사자·공무원이 이곳에 머물렀다. 시신 인도 절차가 길어지며 예상보다 긴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공항에 체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듣고 재난현장 곳곳에서 아동·노인 등 취약계층을 돕는 더프라미스는 2일 처음 아동 쉼터를 만들었다.
쉼터 선생님으로 참여한 활동가 유씨(27)는 “재난심리지원을 맡아 하는데 재난에서도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아동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며 “(무안공항에) 가족 단위의 유가족이 많다고 해서 지난 1일 현장에 내려와 보니 아이들이 많았다”고 쉼터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아동 쉼터가 생기자 슬픔으로 무거운 공기가 가득 찼던 무안공항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가족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유가족을 돕는 공무원 등이 하나둘 찾아왔다.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고흥에서부터 딸 김하린양(7)과 함께 자원봉사를 온 정세현씨(48)는 아동 쉼터가 있어 마음을 놨다. 정씨는 “봉사를 하면서 중간중간 (아이들이) 눈에 띄어 놀아주고 싶었는데 쉼터가 생겨 마음이 놓인다”며 “딸도 이곳에서 아이들과 놀며 봉사할 수 있고, 나 역시 더 봉사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만족해했다.
전문가들은 자연·사회 등 재난 상황에서 아동들을 위한 돌봄 공간 등 아동 친화 공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지진이 발생했던 네팔, 일본, 중국 등에서는 국제 NGO와 정부가 협력해 재난대피소 내 아동친화공간을 만들고 전문가를 통한 신체·심리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공개하는 재해구호지침에 ‘구호약자를 위해 별도의 휴식 공간이나 어린이 놀이방, 영유아 돌봄교실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은 담겨 있다.
하지만 재난 상황에서 아동에 대한 지원은 후순위에 밀려 있고, 권고사항에 불과해 실효성이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김동훈 더프라미스 상임이사는 “아동 쉼터를 만들고 아이를 돌보는 것까지 공무원의 역할인지 아닌지, 예산은 어떻게 할지 등 세부지침이 명확히 없어 행정적으로 실행하기가 힘든 상황”며 “재난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노인 등에 대한 맞춤형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참사 일주일이 지난 5일 오전 11시 50분 기준 희생자 176명이 유가족 품으로 돌아가며 수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날 참사 원인을 밝힐 단서가 될 나머지 엔진도 인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