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도 데이터도 엉터리"…신평사 '뒷북' 평가 논란

2025-01-0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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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확실성에 금투업계ㆍ산업계 불만 고조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국내 신용평가사에 대한 금융투자업계, 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 시기는 매번 어긋나고 있는 가운데, 잘못된 데이터로 기업을 평가하는 일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신평사의 신용등급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오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펑가·나이스신용평가)의 지난해 기업 신용등급(회사채 기준) 강등 건수는 총 90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며 신용등급 강등 건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 등급 전망도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신평사들이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 혹은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곳은 64곳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나왔다는 것은 추후 업황과 기업의 재무 상황에 따라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 신평사 3사는 롯데렌탈, 롯데물산, 롯데오토리스, 롯데지주를 등급하향 검토 대상으로 등록하고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앞서 롯데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석유화학 업계 침체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롯데 계열사의 유동성 문제로 해당 회사들이 지분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투업계는 신평사들의 신용평가 변경 건수 증가와 별개로 평가 적기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기 전 신평사들이 업황과 기업의 재무 상태를 파악해 신용등급 전망이 아닌 등급 자체를 내려 채권 시장과의 괴리를 막아야 했다는 것이다.

금투업계는 신평사들이 기업의 신용평가 진단이 늦어 채권 시장에서의 괴리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이미 회사채 시장에서는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하향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리를 더 올려 매물을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권 업계 관계자는 “채권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신평사의 ‘부정적’ 평가 전부터 이미 롯데 계열사들의 회사채 등급이 조정돼야 한다는 반응이 있었다”면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재표 분석 결과 개선 여부를 열어두지 않고 금리 매력만 보고 회사채를 사들였다”고 전했다.

2023년 신평사들은 태영건설 부실 문제 직전에도 A-를 부여하는 등 A 등급을 유지하다 워크아웃 신청이후 CCC로 등급을 내렸다. 그 외에도 부동산 프로젝트(PF) 사태와 관련한 건설사, 회사 등의 신용평가 역시 뒤늦게 조정해 문제가 됐다.

해당 관계자는 “태영건설과 PF 관련 기업에 대한 신평사의 평가 설명과 징계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데이터 활용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5월 나이스신평은 국내 보험사들의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신뢰하기 어렵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놨다. 의뢰를 받은 기업도 아닌데 공개된 자료를 잘못 분석해 논란이 됐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의뢰받지 않은 기업을 분석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회사별로 CSM 인식 기준이 다른데 이를 간과하고 똑같이 분석했다"며 "기업 회계에 대한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관련 회사들은 나신평에 평가 의뢰를 맡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신평사의 등급 분류를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감독당국의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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