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가 보잉사의 737-800기로 드러난 가운데 최근 잇따른 항공기 결함으로 비판을 받아온 보잉사의 사고 이력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 소재 로펌(법무법인) 힐에 따르면 보잉 여객기는 지난 2000년 이후 올해까지 총 4969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사고만 해도 26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에는 총 181명이 타고 있었고 현재까지 15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사망자가 늘어나면 2000년 이후 보잉 항공기 참사 3위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737-800기는 탑승자 132명 전원이 사망한 지난 2022년 중국동방항공 사고와 같은 기체이다. 당시 쿤밍을 출발해 광저우로 가던 중국동방항공 5735기는 급격히 고도가 낮아지며 산자락에 추락했지만 현재까지도 정확한 사고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올해 3월에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737-800기가 외부 패널이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4월에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소속 3695편 보잉 737-800기 항공기의 엔진이 이륙 도중 일부 분리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보잉 737-600, 700, 800, 900을 포괄하는 3세대 시리즈 NG(넥스트 제너레이션)는 2000년 이후 총 사망자 754명을 발생시켜, 보잉 737시리즈 사망자 중 가장 많은 32%를 차지했다고 힐은 분석했다.
문제는 737-800기뿐만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1월에는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 1282편 여객기가 문을 고정하는 볼트 4개가 누락된 가운데 운항 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는 사고가 있었고, 3월에는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일본 오사카로 향하던 유나이티드에어 소속 777-200 항공기의 랜딩 기어가 분리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 같은 사고가 누적되면서 보잉은 올해 상반기에 수주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71%나 급감하는 등 신뢰도가 나날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미국 매체 애틀랜틱은 이 같은 보잉의 잇따른 사고 발생을 두고 "엔지니어들이 주도하던 회사가 재무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기의 신뢰성을 책임지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알래스카 항공 창문 분리 사고를 조사한 미국 연방항공청은 창문 분리 외에도 "보잉이 생산 품질 관리 요구 사항 준수에 실패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수의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엔지니어 조합의 파업은 보잉의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약 3만3000명의 엔지니어들이 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3개월간 보잉 737 MAX 제트기의 생산이 중단됐고, 이들은 38% 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한 후 11월에야 조업에 복귀했다.
보잉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에미리트항공의 팀 클라크 사장은 올해 초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보잉에 대해 "그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전 문화를 주입해야 한다"며 "제조 과정을 재검토하여 어떠한 절차도 생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