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올해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보다 못한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주요국 증시 대부분이 고공 행진하며 산타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은 원화 약세, 내수 침체,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반등 실마리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9.43%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23.15% 떨어졌다. 양대 시장에서 사라진 금액만 257조333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코스피 시총은 2126조3725억원이었으나 1966조956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닥도 431조7922억원에서 333조8741억원으로 감소했다.
미국 증시가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여타 주요국 증시도 상승세를 보인 반면 한국 증시만 거꾸로 역대급 하락을 겪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코스피는 기업 호실적,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힘입어 2890선까지 오르며 연 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선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외국인 수급 이탈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연말 현재 코스피지수는 2400선도 겨우 사수하고 있다. 코스닥은 거래량 중 다수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가 미국 시장으로 떠나면서 주가도 부진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시장 혼란을 불러온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어 증시 반등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증시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환율은 정치 불안에 가장 취약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됐다. 향후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한 총리가 복귀하고 권한대행으로서 최 부총리의 결정이 무효화되거나 추가 탄핵 의결로 국무회의 기능이 정지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국면은 계엄의 단기 충격 이후 해결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면 현재는 탄핵 국면이 장기화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은 물론 한국의 대외 신인도, 경제적 부정적 파급 효과까지 우려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올해 미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만큼 내년 주가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국내 주식시장도 추가 하락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내려오기 시작했음에도 미국 주식시장은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기록하며 오르는 왜곡이 발생했다"며 "과거에도 미국 주식시장 하락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추가 하락을 경험한 뒤 그다음에야 국내 시장에서 횡보세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