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내란 특검) 공포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임명 등의 '키'를 쥐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총리는 '내란 대행'을 포기하고, 즉시 상설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라"며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는다면 그 즉시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야권 내부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양곡관리법 등 국회를 통과한 법안 6개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지체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는 국회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은 열흘 넘게 뭉개고 있는 모습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야권의 움직임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무총리 탄핵이라는 칼을 대통령 권한대행의 목에 들이대고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찌르겠다는 탄핵 인질극"이라고 질타했다.
여야가 권한대행 탄핵문제를 두고 격돌하면서 정족수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헌법 62조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에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찬성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위원은 재적의원 과반(151명)이면 충분하다.
다만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나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권력인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요건은 명문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에 적용되는 탄핵 정족수를 따라야 한다는 국민의힘 입장과 '국무총리' 탄핵 정족수로 충분하다는 민주당 주장이 엇갈리는 이유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덕수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며 "그의 지위는 국무총리이고, 대통령이 아니다"라면서 민주당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만약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의결한다면,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고 헌재 유권 해석을 통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쌍특검법을 상정하지 않을 계획이다. 두 법안의 공포 시한과 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년 1월 1일로, 총리실은 31일 국무회의까지 결정을 최대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헌법적, 법률적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며 "(26일) 여야정 협의체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역시 "정치권에서 조금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고, 해석의 문제도 다양하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률적 해석과 이견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