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은행들의 주요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데다가 국내 기준금리 향방도 불투명해지면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은 올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여파가 이어지며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요인이 동시에 발생하면서다.
문제는 고환율이 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의 자산건전성, 순이익과도 직결된다는 데 있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의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주요 금융지주는 환율이 10원 높아지면 CET1 비율은 1~3bp(1bp=0.01%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고환율에 외화대출 원화 환산액이 커지고, 자산별 위험 정도를 반영한 수치인 위험가중자산(RWA) 잔액이 회계상 급증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58.3원이었는데, 이날 장중 최고치와 비교하면 93.8원 오른 수치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주요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이 27bp 넘게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에 따라 CET1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2%를 밑돌 수 있는 금융사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3분기 4대 금융지주의 평균 CET1 비율은 13.03%였다.
환율 상승은 순이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높아지면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원화로 환산할 때 발생하는 회계상 손실인 외화환산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외환거래가 많은 하나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고환율 영향으로 800억원 규모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향방을 알 수 없게 되며 내년 사업계획을 짜기도 쉽지 않아졌다.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은 10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그런데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며 한은의 내년 기준금리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금융지주는 주요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기준금리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등 영향을 받는다. 주요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한 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자체적인 대응만으로는 리스크를 대비하기 어려워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어 금융시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고환율 상황이 계속되면 환손실을 비롯해 자산건전성 관리도 시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