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 가져온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주식시장을 넘어 신사업, 스타트업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사 수익률이 계엄 선포 이후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의문은 커져가고, 투자자들은 계획된 자금 투입을 망설인다.
18일 글로벌 금융정보 서비스 기업 FE 펀드인포(fundinfo)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이후 ‘베어링 코리아 트러스트’의 일주일 수익률은 -7.94%를 기록했다. iShares MSCI 한국 ETF는 5.36% 손실을, JP모건 코리아는 4.39%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주식시장은 비상계엄 이후 올해 최악의 시장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는 계엄 선포 이후 2500선과 멀어졌으며, 환율은 달러당 1400원대가 고정된 것처럼 보인다.
글로벌 IB(투자은행) 업계는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북한 근접성, 가족 중심으로 그룹이 경영되는 ‘재벌’을 원인으로 꼽아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는 애플과 삼성전자다. 애플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약 14배에 달하지만 매출은 고작 30% 정도 많다. 하지만 비상계엄으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에 정치적 이슈가 더해지게 됐다.
실제 기자와 인연이 있는 미국 투자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군인과 헬기가 등장하면서 마치 제3국의 그것을 연상하게 했다”며 “북한의 위협에 더해 자국 최고 권력자의 군사 쿠데타는 한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신사업, 스타트업 등 투자 유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밴처캐피털 분석 업체 더 브이시(THE VC)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스타트업 투자액은 3354억8700만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5323억7028만원과 비교해 36.98% 감소한 수치다.
코스피 지수가 연내 고점이었던 7월을 제외한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는 지난해보다 낮게 나타났는데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스타트업 투자액수는 전년 대비 약 2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계엄 이후에는 투자액 감소치가 약 17%포인트 확대됐다. 이 같은 추세는 탄핵정국이 이어지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한국의 AI 민간 투자액은 약 2조원으로 미국 대비 48분의 1 수준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AI 산업의 최우선 성공요인을 투자라고 꼽는 상황에서 IB업계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AI스타트업에는 더욱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대기업 중심인 UAM 사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 중심의 UAM 인프라 구축은 12월 말 수도권 주파수 실증 등을 통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나 국산 기체 투입은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내년 말까지는 국산 기체 시험비행이 진행되는 것이 한국형 UAM의 로드맵인데 현대, 한화 등 대기업의 기체 개발 투자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치적 현황 등으로 인해 대기업 투자도 우려되고 있다”며 “특히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UAM 기체 등 사업은 안정적 투자를 기반으로 발전하는데 기업들이 국가 프로젝트 자체에 의문을 품으면서 투자를 망설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기까지 한덕수 국무총리의 시간이다. 여당과 야당은 내란죄 여부 등을 두고 대립하면서 각각의 사상을 한 총리에게 주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정치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여야 대립은 리스크를 더욱 확대시킬 뿐이다.
미국으로, 중국으로 돈을 꾸러 다니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기업의 생사가 걸린 신사업 투자를 앞둔 대기업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악의 투자시장으로 꼽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여야 의원들의 정치적 대립으로 한국에 대한 할인율은 오늘도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