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살펴보면, 부자들은 대공황이 발생해도, 전쟁이 일어나도, 산업혁명이나 기술혁신이 일어나도 심지어는 민주정부나 독재정권이 들어서도 재산의 규모는 늘어난다. 문제는 재산을 쌓아올리는 것은 어려워도 재산이 흩어지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부자들은 재산을 쌓아올리는 것 이상으로 재산을 지키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항상 “부자가 3대를 가기 힘들다”는 말을 매우 두려워한다. 그래서 진짜 부자들은 본인을 비롯하여 가문의 재산 규모에 대해 노출시키기를 꺼려한다. 재산을 노출시키면 정부의 규제와 사회적 비난 그리고 행동의 제약이 따르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이와 같은 생각은 지하경제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산 규모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돈세탁 또는 재산을 은닉시키려는 심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전하고 있는 사업이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분야이다.
전세계 부자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스위스는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통해 세계적인 부국이 되었고, 세계금융을 지배했던 로스차일드 가문은 왕과 제후들의 재산을 관리하며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축적했으며, 주식회사의 기원이 되는 동인도 및 서인도 회사들은 부자들에게 투자처를 제공하여 역사상 가장 큰 부와 권력을 거머 쥘 수 있었다. 재산은 노출되어 있는 재산의 가치보다 은닉되어 있는 자산의 가치가 더욱 크다. 그 이유는 각국 정부의 통제 및 법적 규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자 가문들의 재산운용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때로는 투자금융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전문가 집단에 신탁하는 방법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은행, 투자금융회사,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신탁회사, 사모펀드 등은 대부분 패밀리오피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심지어는 회계법인, 법무법인, 세무법인, 컨설팅 법인,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투자가 클럽 그리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IT기술전문가들까지도 패밀리오피스 또는 프라이빗 뱅킹(PB, Private banking) 업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부자 가문들은 재산을 유지하거나 확대 축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투자금융전문가들은 부자들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재산관리가 전문화, 거대화, 다양화, 글로벌화 되면서 재산을 관리하는 방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었듯이 재산관리분야에서도 소유(Owner)와 관리(Management)가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서 기업의 재산과 개인의 재산을 분리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으며, 투자금융분야에서도 전문가 집단이 출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부자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업은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프라이빗 뱅킹(PB, Private banking), 금융전문비서, 집사 등 다양한 명칭을 갖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 최소한 4가지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 비밀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장기간 친밀한 소통과 업무 실적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셋째, 탁월한 자금운용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넷째, 글로벌 투자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에 패밀리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성장한 이유는 2008년 파생금융상품의 붕괴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살포하고, 2019년 전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팬더믹으로 인해 각국의 정부들이 자금을 살포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IPO 및 M&A 그리고 경영권 프리미엄 매매가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되면서, 거액자산가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업무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정부관료들의 불공정한 특혜와 부정부패와도 결합이 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패밀리오피스 분야에서 유망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 투자, 절세, 상속 및 증여, 재단설립, 사회적 기부 등 기본적인 자산 관리뿐 아니라 M&A, 경영권 투자 및 관리, 기업공개(IPO), 컨설팅, 기업 승계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고액 자산가의 2세들을 위한 투자금융 교육,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 및 운영,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 글로벌 투자여행 프로그램, 취미와 특기의 고급화, 금융전문가 풀(Pool)의 구축, 결혼을 위한 배우자 소개 등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프라이빗 뱅킹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전략, 암호화폐의 발굴 및 유통, 파생금융상품의 개발, 택스 헤이븐(Tax Haven)에 대한 활용 방법 그리고 인공지능까지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많은 분야를 혼자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된다.
억만장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분야는 M&A와 경영권 매매 그리고 기업공개와 같은 투자금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프라이빗 뱅킹에 종사하고 있는 뱅커들은 M&A와 경영권 투자전략을 활용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M&A와 경영권 투자는 높은 투자수익을 달성할 수 있지만 역사가 짧고 경험이 부족하여 난이도가 높은 업무이기 때문이다. 몇몇 자산운용사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만들어 투자하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본래 경영권을 인수하는 M&A업무는 투자은행업무의 3대 축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로 높은 수익율을 올릴 수 있지만 높은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투자금융업무를 10년 이상 경험한 베테랑들이라 할지라도 M&A와 경영권 투자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M&A와 경영권 투자를 활용하여 억만장자가 되었다면, M&A와 경영권 매매를 통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패밀리오피스의 투자전략 포트폴리오는 안전자산에 60%, 위험이 수반되는 투자자산에 30% 그리고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자산에 10% 정도로 분배하기를 권한다. 재산은 너무 안전을 추구해도 위험하고, 너무 고수익을 원해도 고위험에 노출된다. 때문에 안정성과 역동성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거액의 자산가들이 많아졌다. 1,000억원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재산가들이 3,500명 정도로 세계 11위에 올라있지만 패밀리오피스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전세계적으로 1만 개가 넘게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패밀리 오피스가 거액자산가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 내지는 대리인들의 역할을 했다면, 현대에는 거액 자산가들의 투자와 상속, 증여, 세금, 자선사업 등 자산 전반을 관리해주는 전문회사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의 업무는 가문의 자산은 물론 전통과 평판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는 점에서 프라이빗뱅킹(PB)과 자산관리(WM)라는 상위층 레벨의 고급서비스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투자금융의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거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유치하여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 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