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이 내년 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내 틱톡금지법(미국 내 사업권 강제매각법) 발효를 한 달 앞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 중이다. 16일 하루에만 저우서우쯔 틱톡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만났으며 틱톡이 미국 연방대법원에 틱톡금지법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보도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4년 전 틱톡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트럼프가 이번에 태도를 바꿔 사실상 틱톡의 구세주로 떠올랐단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마음속에 틱톡에 대해 따뜻한 감정(a warm spot)을 갖고 있다. 틱톡을 살펴보겠다”고 말하며 퇴출 위기에 놓인 틱톡이 구제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는 틱톡금지법이 발효되는 다음 날인 1월 20일 미국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다.
美기업 매각은 난항···법정 다툼으로 시간 끌기
'폭풍우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Every storm runs out of rain).'
저우서우쯔 틱톡 CEO의 페이수(바이트댄스의 기업용 메신저) 프로필 문구다. 틱톡 운명을 가를 미국의 틱톡 강제매각법 발효를 한 달 앞두고 벼랑 끝에 몰린 틱톡의 불안과 희망이 섞인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제 틱톡에 주어진 시간은 한 달. 틱톡은 퇴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 중이다.
다만 연방 대법원이 모든 항고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아니라 틱톡의 항고가 실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연방 대법원은 매년 7000건 넘는 청원서를 접수하는데 이 중 중요한 법적 의미가 있는 약 100건만 선택해 심리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틱톡 사태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심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번 틱톡 사건과 관련해 의회의 입법이 합당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이 사건은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고 의회가 충분히 논의한 것으로 보여서 대법원이 의회의 입법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체를 중국에 본사가 없는 기업에 매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중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는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체를 매각하지 않고 차라리 사용이 금지되도록 내버려둘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게다가 아무 기업이나 틱톡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블룸버그는 틱톡의 미국 사업 가치가 약 400억~500억 달러(약 58조~7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투자한 440억 달러와 맞먹는다. 틱톡을 인수하려면 최소한 거물급 기업이나 컨소시엄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메타나 알파벳(구글)이 틱톡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가 틱톡을 인수하더라도 반(反)독점법 위반 시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크다.
믿을 건 트럼프···취임 후 '틱톡금지법' 번복할까
결국 현재 틱톡이 기댈 수 있는 것은 트럼프뿐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첫 번째 대통령 임기(2017∼2021년) 때 ‘틱톡 금지’를 지지했지만 이번 대선 선거운동 기간 젊은 층 지지세 확대에 도움이 되는 틱톡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줄곧 밝혀왔다. 트럼프 당선자 본인부터 틱톡 폴로어가 1400만명에 이를 정도다.
그간 저우서우쯔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측의 새로운 실세로 부상한 정부효율성부 책임자인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도움을 청하며 미국 내에서 틱톡을 계속 운영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게다가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인 억만장자 제프 야스는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지분을 약 15%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소유인 트루스소셜 지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야스는 틱톡이 미국에서 퇴출되는 것을 반대하는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가 구성한 내각에 중용된 신임 각료 중에는 틱톡의 미국 퇴출을 지지하는 대중 강경파가 적지 않아 트럼프 당선자가 과연 '틱톡 구하기'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예를 들면 트럼프가 틱톡 금지 입법을 직접 주도한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연방 상원의원을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게 대표적인 예다.
틱톡금지법이 발효되는 날짜는 1월 19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기 하루 전날이다. 트럼프가 취임 후 전임 대통령이 서명한 틱톡금지령을 번복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의회의 지지를 얻어 법을 재입법하거나 개정해야 하는데 틱톡금지령이 의회에서 높은 지지율로 통과된 만큼 이 법안을 뒤집으려면 강력한 저항에 맞닥뜨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장관을 임명해 틱톡금지법 시행을 실제로 중단시키는 방법도 있다. 미국에서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법무부가 구체적인 집행을 담당하는 만큼 법무부 장관이 법 집행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사 출신이자 현재 법무장관 후보인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아직 틱톡금지령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틱톡 금지를 지지하는 미국 여론이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는 게 틱톡으로선 한 줄기 희망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올해 7월 중순부터 8월 초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32%만이 틱톡 금지를 지지했다. 지난해 3월 50%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반면 틱톡 금지를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같은 기간 22%에서 28%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