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한국 경제 가장 큰 문제는 '근거없는 불안감'

2024-12-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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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계엄·탄핵 충격, 펀더멘털이 더 중요
 
13일 코스피는 2494.46을 기록하여 비상계엄 사태 전인 3일(2500.10) 수준까지 회복했다. 지난 9일 2360.58로 –5.6% 폭락이 국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된 결과임을 감안하면, 14일 탄핵 가결은 계엄·탄핵에 따른 증권시장에 대한 영향이 상당부분 해소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달러 당 1403원이던 비상계엄 직전 환율도 13일 1433원으로 마감되었으나, 탄핵 가결로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에 있어 탄핵정국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03년, 2016년 이후 세 번째이다. 탄핵 경험은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탄핵 전후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대한 레코드는 이번 탄핵 국면 극복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때까지 민간소비는 하락했으나 설비투자 호조로 경제성장률은 하락하지 않았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의결 이후 헌법재판소 판결까지의 기간도 짧았고 경제적 파장도 일시적이었다.
 
비상계엄 이후 한국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적으로 비등하고, 탄핵 정국이 해소될 때까지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올해 및 내년의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에 있어 계엄·탄핵 충격과 이와 관계없이 한국 경제에 이미 주어져 있었던 도전과 위기 상황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계엄·탄핵 충격과 관련된 우려의 대부분은 계엄·탄핵과 별 상관이 없는 것이 많고,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혹은 리더십의 변동으로 도전과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 역시 계엄·탄핵 이전에도 대통령과 국회의 심각한 대립으로 대부분 주요 정책이 공전되고 있었음을 간과하고 있다.
 
비상계엄 직전에 발표된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자동차와 건설의 부진에도 반도체 등 호조로 제조업 생산은 전달보다 0.4% 증가했다. 도소매(-1.4%), 숙박·음식점(-1.9%) 등이 감소했으나 금융·보험(3.1%), 보건·사회복지(1.8%)는 증가하여 서비스 생산도 0.3% 증가했다. 전산업 생산지수는 113.0으로 전월보다는 0.3% 하락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2.3% 상승했다. 도소매의 부진을 제외하면 생산측면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소매판매가 준내구재(-3.9%)를 중심으로 –0.8%를, 설비투자는 5.8% 증가하였으나 건설기성은 –9.7%로 감소했다. 11월 수출입 상황도 여전히 양호하고, 실업률은 2.2%로 자연실업률에 근접해 있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5% 상승에 그쳐 안정적이다. 경기종합지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1,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6을 기록해, 불황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내수부진을 여하히 회복시킬 것이냐는 관건이다.
 
2025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추어 잡고 있는 것이 걱정이기는 하다. 정부는 2.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OECD 2.1%, IMF 2.0%, 씨티그룹 1.6%, JP모건 1.7, 골드만삭스 1.8%로 대체로 정부보다는 낮은 성장 전망을 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은 금년보다 낮추어 잡고 있으나 세계 경제전망은 금년보다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OECD는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종전 대비 0.1% 높은 3.3%로 높였다. 미국 성장률은 2.4%로 0.8%p 상향했고, 중국 성장률 역시 4.7%로 0.2%p 높였다. 이와 같이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하향 조정은 주력 수출 종목인 반도체 산업의 부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아직은 견조하다는 점에서 너무 앞서 과도하게 비관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트럼피즘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트럼피즘은 한국 경제에만 불안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관세장벽도 한국 경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 공약대로 관세율을 상향 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인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안보 및 통상외교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하버드 경제학 박사로서 미국통이고 경제통이라는 점에서 대미 외교의 공백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정부가 추진해왔던 각종 정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조바심이 있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그동안 정책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탄핵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잠정 중단된 만큼, 당분간 국회 중심의 정책 추진이 불가피하다. 국회가 민생법안을 논의할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논의 중인 만큼,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치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수당 중심의 정책 운용을 걱정할 수도 있지만, 탄핵 판결 이후 예상되는 대통령 선거를 고려하면, 일방적 정책 추진은 어려울 것이다. 4.1조원 삭감된 2025년도 국가예산안의 국회 통과로 정부 주도의 내수경기 진작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야당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거시적 측면에서 예산 삭감의 부정적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 개혁정책이 표류될 수 있다 하나, 계엄·탄핵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질 것이 없고, 여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면, 시급하고 합의 가능한 개혁부터 순차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다. 비상계엄 이후 증폭된 정치적 불확실성은 탄핵 가결로 일부 해소되었고, 여야정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한국 경제는 스스로의 강한 회복력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도전에 잘 대응해 나갈 것임을 믿는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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